수고롭던 일도 대충 끝나고
이제 맘 편히 어디론가 떠나고는 싶은데
막상 컴퓨터 완료버튼을 누르려하니
이건 저게 걸리고
저건 이게 걸려
망설 망설 망설이다가
그만 놓치고 마네.
이러다가 또 시간만 흘러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게 아닌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산티아고 순례길인데
이 더운 여름철에, 그리고 제일 북적인다는 이 계절에,
무엇보다 혼자서 가야 한다는 게 맘에 걸린다.
패키지는 9월이나 되어야 시작한다 하니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주위에 같이 갈 놈 하나 없고,
가고 싶어 하는 작은아들은 저희 집안일로 집을 비울 수가 없고...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인도 여행이다.
그러나 인도는 앞으로 2~3년 후에나 가려는 여행지라 이번에는 열외다.
해서 말레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돌아보는 여행을 고려 중이다.
두 나라를 20여일간 다 돌아볼 수 있을까 마는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올해는 꼭 성지순례를 다녀와야지.
더 나이 먹기 전에....
그러면서 각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암소가 새끼를 낳으면..."
"신고 갈 구두가 없어서..."
"노래를 부르며 가야 하는데 기타 줄이 끊어져서..."
이러다가 모두 독일군에게 붙잡혀 집단수용소에 수용됐다.
마지막 가스실 앞 죽음을 마주하며
"그때 갔어야 하는 건데... 이미 때는 늦었어!"
후회했다는 유대인처럼 되지는 않을까?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아,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마누라의 재가를 받는 일이다.
제일 중요한 선결조건인데 그걸 잊다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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