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뜬구름 같은 세상

甘冥堂 2024. 6. 4. 05:30

세사부운 하족문(世事浮雲 何足問) – 세상일 뜬구름이니 어찌 물을 가치 있겠는가.

뜬 구름은 막연하거나 허황된 것을 가리킨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란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허망하다.
짧은 인생은 말할 것도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해 조선 중기 고승 西山大師(서산대사, 1520~1604)는

딱 맞아 떨어지는 글을 남겼다.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러하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부질없는 것을 뜬 구름에 비유한 것은 孔子(공자)가 먼저다.
‘論語(논어)’ 述而(술이)편에서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베개하여 누워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다고 하면서

‘의롭지 않으면서 부귀를 누리는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뜬 구름같이 허망한 것이란 가르침이다.

唐(당)나라의 화가이자 자연시인인 王維(왕유, 701~761)도
세상일이란 뜬 구름과 같다는 명구를 남겼다.
왕유는 維摩經(유마경)에 나오는 거사 이름을 따 자를 摩詰(마힐)로 지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한 시를 많이 써 詩佛(시불)이라 불린다.

산수화에도 뛰어나 宋(송)나라 문호 蘇軾(소식)은 그의 시를 평하여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
詩中有畵 畵中有詩
(시중유화 화중유시)’고 극찬하기도 했다.

왕유가 낙향해 살 때 시를 주고받으며 함께 지낸 친구 裵迪(배적)이
과거에 계속 낙방하자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을 지어 위로했다.

‘그대에게 술 부어 권하니 마음 너그럽게 가지게,
인정이란 출렁이는 물결처럼 뒤집히는 것
酌酒與君君自寬 (작주여군군자관)
人情翻覆似波瀾 (인정번복사파란)’으로 시작하여
‘세상일 뜬구름만 같으니 물어 무엇 하리오,
높이 누워 조용히 맛있는 것 먹느니만 못하다네
世事浮雲何足問 (세사부운하족문)
不如高臥且加餐 (불여고와차가찬)’로 마무리한다.
이런저런 일로 부대끼지 말고 관조하며 살자는 내용이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본래 실상이 없어 결국에는 다 부질없는 것이 된다.

부를 위해, 명예를 위해 앞만 보고 아등바등 살아도
갈 때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간다.
선인들의 가르침으로 이런 교훈을 잘 새기면서도
실제 부닥치면 욕심이 앞서니 안타까운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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