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죽은 것 같은 고목나무에서도 새잎은 돋아나고
찬바람 속에 작은 온기라도 한 올 붙들어 매화는 꽃봉오리를 말아낸다.

백양사에는 古佛梅란 이름이 붙은 350년 된 매화나무가 있다.
어느 시인이 이를 보고 시를 지었다.
고불매 300년 피워 올린 향기
겸손도 하시어 새것이요
지쳐 쉴 만도 할 것이나
부끄럼만 망울망울
古佛 찾던 저 나그네
佛梅 아래 부처 떨구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나.
이 계절에 다시 매화를 본다.
지난 아픔과 슬픔은 고목을 고목이게 하는 비틀림이지만
그 위에 어김없이 꽃은 새롭게 피어난다.
나무는 부처도 깨달음도 구하지 않는다.
스스로 그러할 뿐이다.
머리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모두 한 송이 꽃이 된다.
(혜원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