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꽃과 삶은 돼지

甘冥堂 2011. 5. 14. 01:51

 

어렴풋이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그 남편이 사랑스런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어이구 우리 꽃돼지 잠들었네' 하며 옆자리에 눕습니다.

아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품에 안깁니다.

 

환상적인 부부애를 자랑하는데, 한 눈치없는 사내가 그 행복해 하는 여인의 말을 막으며 한마디 거듭니다.

'꽃돼지가 아니라 삶은 암퇘지겠지'

주위에서 폭소가 터지며 나딩굽니다. 여인은 이를 갑니다.

아마 죽이고 싶었겠지요. 저 주책없는 인사를.

 

어제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물론 흉허물없는 막역한 자리이니 크게 상처 받지는 않았으리라 생각은 듭니다마는

듣는 입장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린 것입니다.

 

30도 안된 처녀가 요사이 8kg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10kg을 더 뻬야 하는데 마음 먹은대로

안된다고  울상을 짓습니다.

토실토실한 건강한 처녀와 비썩 바른 허약한 처녀중 누구를 색시감으로 택하겠느냐?

당연히 토실토실한 건강한 처녀가 간택 될 것이 아니겠느냐. 좋은 얘기로 타일렀습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사회가 통통한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못생긴 것은 이해를 한다. 그러나 뚱뚱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영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니 부인네들이 한상 차리고 앉아 떠들썩 합니다.

'요새 기운이 좀  없어서.'  

배바지에 목살에...., 껍질 좀 더 주세요. 엄청 먹어댑니다.  살들이 오방팡하게 쪗습니다.

'내일은 저기 장어 잘하는 집이 있는데 우리 거기 가서 점심 먹자'

팔 걷어 부치고 책상다리하고 앉아, 낮술도 두어잔씩 걸쳐 신이 났습니다.

그 남편은 지금쯤 회사 근처 식당에서  짜장면이나 먹을까하며 어슬렁거릴 때

우리의 사모님들은 거한 오찬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길고도 긴 직장에서의 하루를 끝내고 집에 들어오니 불콰해진 마나님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콧소리를 흘리며 남편을 바라봅니다. 기진맥진한 남편에게는 고문의 시간인것입니다.

개고기에 뱀장어에 영양보충을 충분히 한 마나님을 짜장면이 어찌 당하겠습니까?

헬스에 수영에 골프에, 에어로빅으로 다져진 사모님을 우리의 충실한 가장이 과연 견뎌낼까요?

 

꽃돼지는 아름답습니다. 오동포동 살찐 돼지가 얼마나 귀엽습니까?

삶은 돼지 또한 아름답습니다. 꽃돼지를 삶은 것이니 따지고 보면 똑같이 아름다운 것 아닙니까?

중국말로 差不多(차부두어) 이며 都一樣(또이양) 입니다.

 

어느 시인은 노래합니다.

오, 오동통한 나의 삶은 암퇘지여 !

 

그러나 여인에게 있어서 꽃돼지와 삶은 그것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것입니다.

귀가 얇은 인간은 꽃이 더 예쁘다 여기니, 어쩌겠어요? 꽃돼지가 더 아름답다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