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책을 읽다가, 책에 밑줄이 그어진 것을 보곤, 이게 뭔 줄이지? 하며 다시 자세히 살펴 보니
얼마전에 내가 '밑줄 쫙' 그어 놓은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정신이 없나 하며 다시 읽어 봐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전혀 새로운 문장을 대하는 듯하여 참으로 황당했다.
이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옛 것은 또렷이 기억하는데 최근 것을 까먹는다는 건 치매 초기단계라는데..
쥐 씹은 듯한 느낌이다.
집에서 애기들이 "안돼. 싫어, 못해..." 이런 말을 못쓰게 교육을 시킨다.
어린것들이 무엇을 알랴마는 그래도 어릴때부터 부정적인 말들은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애기들이 그런 말을 하면 야단을 치곤한다.
우리말에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듯, 부정적인 말을 계속 쓰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인 인성이 싹트게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거 어렵다. 불가능하다, 못하겠다. 힘들다. 틀렸다. 안될 것 같아... "이런 말은 되도록 안쓰려고 노력하고,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그런 말은 하면 즉시 지적하여 그런 어휘들을 못쓰게 하곤한다.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껏 되도록이면 긍정의 말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요즈음의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세월 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할 것이다.'라는 경구도 있는데,
자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행 계획을 보는데, 중국 메이리 설산, 동티벳, 청두, 구채구, 황룡 등은 모두가 해발 3천미터 이상의 고원지대다.
야영하며 트레킹에 말 타고 다니는 등 조금 험한 지역들이다.
이런 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이지만 저 한구석에는 고산증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도 있다.
몇년전에 샹그리라(중덴)에서 가슴 울렁증을 느낀적이 있어서일 게다.
그런 험한 곳에서 20여일을 돌아다니는 코스이니 겁이 슬그머니 나는 것이다.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데...하며 혼자 쓴웃음을 짓는다.
'敵은 내 마음속에 있다' 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고 못하는 것도 내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요, 幸, 不幸도 내 마음에서 나온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몸을 부린다. 누구도, 그 무엇도 탓할 게 없다.
다시 심기일전해야 할 것 같다.
어젯밤에 대구, 부산에서 잇달아 전화가 온다. 이번 여행에 같이 가자는 전화다.
"꼭 함께 가자는 건 아니고..."하는 말투에서, 같이 갔으면 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미 다녀 온 곳도 있는데...어쩌지?
무조건 떠나서 마음의 적을 물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