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哀王孫/ 杜甫
왕손을 슬퍼하며
長安城頭頭白烏, 장안 성 꼭대기에 머리 하얀 까마귀,
夜飛延秋門上呼. 밤에 날아와 연추문 위에서 울부짖는다.
又向人家啄大屋, 또 인가로 날아가서 큰 집을 쪼니,
屋底達官走避胡. 지붕아래 고관들은 오랑캐를 피하여 도망갔다.
金鞭斷折九馬死, 금 채찍 부러지고 아홉 마리 어용준마는 죽어,
骨肉不待同馳驅. 골육도 함께 달아나길 기다리지 않았다.
腰下寳玦青珊瑚, 허리에 보배로운 패옥과 푸른 산호를 차고,
可憐王孫泣路隅. 가련하게도 왕손은 길모퉁이에 울고 있다.
問之不肯道姓名, 그에게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為奴. 다만 살기 힘들다며 노예가 되어 빌어먹겠다고 말하네.
已經百日竄荆棘, 이미 백여 일을 가시밭에 숨어 있어서,
身上無有完肌膚. 몸의 근육과 피부가 온전치 못하다.
高帝子孫盡隆凖, 고조의 자손들 모두 코가 높았으니,
龍種自與常人殊. 용종은 스스로 범인들과 다른 법이다.
豺狼在邑龍在野, 시랑이가 읍내에 있고 용이 들판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 왕손은 천금 같은 몸을 잘 보존하시길.
不敢長語臨交衢, 길목에서 만나 감히 긴 말은 하지 못하고
且為王孫立斯須. 왕손을 위하여 잠시 서 있었다.
昨夜春風吹血腥, 어제 밤 봄바람에 피비린내 풍기더니,
東來槖駞滿舊都. 동쪽에서 온 낙타들이 옛 도성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 북방의 건아들 건장하고 무예가 뛰어나,
昔何勇鋭今何愚? 지난날에는 용감하고 날래더니 지금은 어찌 저리 둔한가?
竊聞天子已傳位, 듣자하니 천자께서 이미 양위하시어,
聖徳北服南單于. 황제의 덕으로 북쪽 남선우를 복종시켰다네.
花門犛靣請雪恥, 화문에서 얼굴을 그어 설욕해 주기를 청했다하니,
慎勿出口他人狙! 입 밖에 내어 반군 편 사람들이 노리게 하지 마라.
哀哉王孫慎勿疏, 아아, 왕손은 신중하고 소홀하지 말지니.
五陵佳氣無時無!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어질 때가 없으리라!
王孫: 황제의 후대. 이씨 종족. 이 시가 쓰인 것은 천보15년, 즉 지덕 원년(756)9월이다. 6월9일, 안록산이 공격하여 동관을 파괴하자 장안이 진동하였다. 당 현종은 양국충의 계책을 따라 촉으로 도망할 계책이었고, 12일 새벽에 양귀비 자매와 왕자 및 가까운 환관 등 소수만을 데리고 도망하여, 나머지 비빈 황손 공주 등은 미처 도망가지 못하였다. 7월에 안록산 군대가 장안을 점령하여
霍國長公主(곽국장공주) 및 왕비 부마 이하 백여 명을 죽였다. 이씨 종손은 유랑민에 섞여 다행히 생존하였다.
頭白烏: 머리 흰 까마귀. 불길한 징조.
延秋門: 서문. 현종이 이 문을 통해서 촉으로 도주했다.
屋底: 집안. 達官: 높으신 관리.
走避胡(주피호): 안사의 반군을 피해 도망한 것을 말한다.
九馬: 아홉 마리의 말. 여기서는 황제가 사용하던 말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현종이 급하게 도망가느라 채찍이 부러지고 많은 준마들이 지쳐 죽은 것을 말한다.
骨肉: 왕손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현종이 왕손들에게 기별할 틈도 없이 황급히 도망 가버린 것을 말한다.
寳玦: 패옥 결. 青珊瑚(청산호): 푸른 산호. 산호는 1년이 되면 검은색이 되었다가 바람을 맞으면 붉은 색으로 변하며, 3년이 되면 파랗게 된다고 한다.
竄荆棘(찬형극: 숨을 찬, 가시나무 극). 야외에서 유랑하다.
高帝: 한 고조 유방. 隆凖:<사기>에 漢나라 高祖가 “코가 높고 용의 얼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龍種: 황제의 자손.
豺狼在邑(시랑재읍): 안록산이 낙양에서 황제라 칭한다.
龍在野: 용이 들판에 있다. 현종은 촉에, 숙종은 영무에 있는 것을 말한다.
斯須(사수): 잠시,
槖駞(탁타): 전대 탁. 낙타 타. <唐書.史思明傳>에 ‘안록산이 낙양과 장안을 함락하고 범양에서 낙타로 황실 창고에 넣어둔 진귀한 보물을 옮겼는데 그 끝을 알 수가 없었다.' 라고 했다.
舊都: 옛 수도. 여기서는 장안을 가리킨다. 肅宗이 靈武에 있었기 때문에 ‘옛 수도'라 한 것이다.
朔方(삭방): 북방.
好身手: 신체가 건장하고 무예가 뛰어남. 이 구절은 천보 15년(756) 哥舒翰이 거느린 군대 20만이 동관을 수비하였으나, 안록산에게 대패함.
天子: 현종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현종이 이미 숙종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 준 것을 말한다. 천보15년(757) 7월에 숙종은 영무에서 즉위했다.
聖徳: 황제의 덕. 지덕2년(757)에 숙종이 위구르에 사신을 보내 화친을 맺음으로써 위구르가 안사의 난 평정에 가담하게 만든 일을 가리킨다.
單于(선우): 북방 흉노의 수령을 일러 선우라 했다. 동한 광무제 때, 흉노가 남북 둘로 나뉘어, 남흉노 수령은 군대를 이끌고 항복하여 漢의 신하를 칭했다. 이 구절은 숙종과 위구르와 연합하여 공동으로 난을 평정하였다.
花門: 화문산. 위구르 기병이 주둔한 보루.
犛靣(이면): 얼굴을 베다. 흉노 풍속에 맹세할 때 칼로 얼굴을 그어 피를 흘려 이것으로 충성을 표시했다. 여기서는 위구르가 병사를 내어 唐이 안사의 난을 평정하도록 돕고자 결의한 것을 말한다. 他人: 여기서는 반군에 투항한 관리를 말한다.
狙(저): 노리다. 긴 팔 원숭이. 몰래 엿보다.
踈: 疎.소홀하게 하다.
五陵佳氣: 皇家之氣. 이 구절은 이씨 황족은 기가 있으니 언제나 중흥의 희망이 있음을 말한다. 詩 중의 왕손은 큰 어려움 중에 요행이 생존하였다. 詩는 우선 안사의 난이 발생하기 전의 징조를 추억하고, 明皇(당현종)이 왕손을 내버리고 다급하게 도망가 버려 왕손은 유락하여 고통을 겪는다. 나중에 왕손에게 내외의 정세를 몰래 전하여, 왕손이 자중하기를 신신당부하여, 광복될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
시는 모두 시인이 직접 목도하고 들은 것과 느낀 바를 적었기에 정이 진실하고 뜻이 절실하다.
淸 金聖嘆은 杜詩解에서 “한 왕손을 빌려 당시의 일들을 분명하게 말했으니 어찌 시로 쓴 역사가 아니겠는가?”(借一王孫說來 當時情事歷歷 豈非詩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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