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동해안 삼척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촛대 바위를 보러 갔습니다.
그곳 정원에 김득신의 시비가 있습니다.
扶桑今日陟州臺 해 돋는 바닷가 척주대에 와보니
怪石猶存太古苔 기암괴석에 태고의 이끼 여전하다.
海上靑山無數立 바다 위에 청산이 무수히 서 있있는데
不知何處覓蓬萊 어느 곳이 봉래인지 알 수가 없네.
조선 선조~숙종 때 김득신(金得信)은 어려서 천연두(마마)를 앓아 머리가 몹씨 둔했다고 합니다.
서당에서 사략을 공부하면서 大文을 백번을 쓰고도 한 마디도 못하고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史記 1편 伯夷傳을 무려 1억1만3천번을 읽어, 이윽고 문장에 사통팔달이 되었습니다.
그가 공부하던 집을 억만재(億萬齋)라 스스로 작명하였으며, 416首가 실린 백곡집(栢谷集)을 남겼습니다.
"재주가 다른 이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한계 짓지 마라.
나처럼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지만 나는 결국 이루었다.
모든 것은 힘쓰고 노력하는데 달려 있다." 라는 묘비명을 미리 써 놓고 공부하여
59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가선대부에 올랐으며 안풍군에 봉해졌습니다.
사람의 노력 앞에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율곡 이이는 여덟살에 花石亭이라는 시를 지었다고 하는 천재이지만,
한편의 문장을 일억번 이상을 읽어 터득한 김득신과 같은 선비의 그 노력은 천재에 못지 않은 인간 승리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