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신주를 옮기며

甘冥堂 2015. 9. 22. 07:56

이번 추석차례 부터 제가 조상님을 모시겠습니다.

이제 정든 본가를 떠나 일산에 있는 우리 집으로 갑니다.

조상님들 죄송합니다.

지금 대문을 나갑니다. 학교 옆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도래울 다리를 건너갑니다.

원당 사거리입니다. 일산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우리집입니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우리 집입니다. 앞으로 이 집에서 조상님들을 모시겠습니다.

 

주발에 햅쌀을 담고, 각종 제기를 넣은 상자를 모시고 집에 도착하여

마루에 돗자리를 펴고 상 위에 진열합니다.

제기들을 깨끗히하여 별도의 식기함에 차례로 정돈합니다.

이렇게 해서 告由式을 끝냈습니다.

 

지금까지 잘 모시고 있던 동생이 몸이 불편하여 더 이상 조상님을 모실 수가 없게 되어,

부득이 대대로 살던 집을 떠나 우리집으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한 분 계신 작은어머니께 이런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노인의 섭섭해 하던 모습이 너무 죄송했습니다.

때마다 찾아주어 힘이 되었는데.... 이제 그나마 멀어지는 구나...

 

이제 사촌들과의 거리도 더 멀어지게 됩니다.

각자 흩어져 살고 있으니, 고향땅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곳 일산까지 오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각자 바쁜 직장생활에 때마다 일일이 찾아오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렇게 흩어지고, 또 흩어지면

앞으론 각자가 조상을 모셔야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음 세대쯤엔 차례니 제사니 이런 풍속들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그런 기미가 농후하여 명절은 노는 날, 여행가는 날 정도가 되었고,

제사 지내는 것도 일년에 한 번, 조상들을 한꺼번에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 집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에 더하여 종교 등 여러 이유로 아예 제사라는 행사가 없는 집도 허다합니다.

사는 것이 각박하니 뭐 어쩔 수 없기도 하지요.

 

추석명절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드는 건 왠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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