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花卉翎毛(화훼영모)

甘冥堂 2015. 10. 29. 23:43

TV 교양프로에 동양화를 해설하는 방송을 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보던 작품들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달력이나 벽지에서 겨우 볼 수 있었던 그림에 그런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곳 저곳을 뒤져 몇 가지를 옮겨 본다.

 

 

화훼영모(花卉翎毛)

 

화훼(花卉)란 꽃과 풀이요, 영모(翎毛)란 털 달린 새와 짐승이다.

풀과 벌레(草蟲), 꽃과 새(花鳥), 물고기와 게(魚蟹), 새우(魚蝦)까지 아우르는 동양화의 한 장르다.

 

산수화나 사군자 같이 웅혼한 기상이나 고상한 문기(文氣)를 나타내기 보다 섬세하게 그려서 옆에다 두고 보는 예쁜 그림이다.

심각한 철학보다는 보고 즐기기 위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화훼영모를 그려왔겠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6세기 이후 그림들이다.

조각이나 건물에 비해 그림은 훼손되기 쉬워 서양에서도 아주 오래 된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정선(鄭敾), 서과투서(西瓜偸鼠) 중 일부

 

서과(西瓜)는 수박이고 투서(偸鼠)는 도둑 쥐다.

큼지막한 수박을 쥐가 파 먹는데, 한 마리는 망을 보고 있다.

 

홍진구(洪晉龜), 자위부과(刺蝟負瓜)

 

()는 고슴도치, ()는 바늘이니 자위(刺蝟)는 바늘 달린 고슴도치다.

부과(負瓜)는 오이를 진다는 뜻이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지고 간다.

오이가 넝쿨에 매달리 듯 자손이 주렁주렁, 고슴도치의 바늘 수효만큼 자손이 많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길상화(吉祥畵).

 

조속(趙涑), 고매서작(古梅瑞鵲)

 

고매(古梅)란 늙은 매화나무요  서작(瑞鵲)은 상서로운 까치다.

 

조속(趙涑: 1595-1668)은 특이한 인물이다.

인조반정에 가담하였으나 부귀영화를 다 뿌리치고 천지를 유람하며 그림이나 그리며 지냈다.

 

 

지본채색(紙本彩色). 25.7 x 41.0cm

신씨(申氏), 귀비호접(貴妃蝴蝶)

 귀비호접이란 양귀비 꽃에 호랑나비가 앉았다는 뜻

신씨(申氏)란 바로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이다.

 

팔폭 병풍.  사임당은 草蟲圖에 능했다.

 

 

공민왕(恭愍王), 이양도(二羊圖)

견본담채(絹本淡彩),  22.0 x 15.7cm

 

공민왕이 그렸으니 가장 오래 된 그림이다.

양의 털 한 올 한 올을 붓으로 그려낼 정도로 섬세하다.

양이 두 마리인지 세 마리인지 구별이 잘 안 된다. 어떤 이는 三羊圖라고도 했다.

 

지본담채(紙本淡彩), 30.8 x 35.5cm,

윤두서(尹斗緖) 군마(群馬)

 

공재 윤두서의 말그림이다.

공재는 조선 후기 대표적 문인화가다.

 

하훼영모화는 아니지만 그의 자화상이 인상 깊어 같이 싣는다.

 

윤두서 자화상

 

자화상에 그려진 구레나룻은 사자갈기처럼 좌우로 뻗어있어 자연스러운 수염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전신이나 반신도 아닌 얼굴만 그렸다.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그린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윤두서는 왜 왜곡을 선택했을까?


   6척도 안 되는 몸으로 사해를 초월하려는 뜻이 있네...(중략)...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 기품은 돈독한 군자로서 부끄러움이 없구나.”
         - 윤두서 자화상에 부친 이하곤의 시 <윤효언자사소진찬>중

 

 

지본수묵(紙本水墨), 30.0 x 24.5cm

허유(許維), 모란(牡丹)

 

허유란 허소치(許小癡).

소치는 추사로부터 압록강 동쪽에는 이런 작품이 없다는 절찬을 받았다.

 

지본채색(紙本彩色), 24.0 x 19.5cm

남계우(南啓宇) 석죽호접(石竹蝴蝶)

 

석죽(石竹)이란 패랭이 꽃이다.

패랭이 꽃 위에 호접-호랑나비가 날아드는 그림이다.

 남계우는 나비를 잘 그린다고 남나비라고 불렸다.

 

견본담채(絹本淡彩)  39.6 x 90.7cm

김홍도(金弘道), 모구양자(母狗養子) 중 부분

어미개가 느긋하게 새끼들 노는 것을 보고 있다. 슬쩍 웃는 것 같기도 하다.

 

지본채색(紙本彩色). 46.1 x 30.1cm

김홍도(金弘道),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黃猫)가 나비를 희롱(弄蝶)하는 그림이다.

 

지본채색(紙本彩色). 41.0 x 30.8cm

이인문(李寅文) 낙타(駱駝)

 

낙타의 굽이 신발을 신고 있는 듯하다.

당시 조선에 낙타가 있었는지, 아니면 아랍 상인들이 조선에 왔거나, 화가가 중국에 갔을 때 본 것을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지본채색(紙本彩色). 46.0 x 30.0cm

변상벽(卞相璧), 자웅장추(雌雄將雛)

숫탉의 발톱에 무슨 의미가 있다던데, 잘 모르겠다.

 

지본채색(紙本彩色). 22.5 x 29.5cm

변상벽(卞相璧), 국정추묘(菊庭秋猫)

 

국화가 핀 뜨락(菊庭)의 가을 고양이(秋猫).

고양이 털을 모두 그려내고 동그란 눈에, 자세하다. 

변상벽은 고양이를 너무 잘 그려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지본수묵(紙本水墨), 23.8 x 30.2cm

정홍래(鄭弘來), 산군포효(山君咆哮) 중 일부

 

민화(民畵)의 호랑이가 이렇게 생겼었다.

호랑이 자세가 좀 어설픈 것 같으나, 털 하나 하나를 그린 솜씨는 직업화가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본채색(紙本彩色). 12.8 x 21.0cm

심사정(沈師正), 서설홍청 (鼠齧紅菁)

 

서설홍청(鼠齧紅菁)이란 쥐가 붉은 무를 파 먹는다는 뜻이다.

겸재의 쥐는 수박을 파먹더니, 현재(심사정)의 쥐는 홍당무를 갉아 먹는다.

홍당무라기 보다는 배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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