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桃李花歌)
스물네번 바람불어 만화방창 봄이 되니
구경가세 구경가세 도리화 구경가세
도화는 곱게 붉고 희도 흴사 외얏꽃이
향기 쫓는 세요충은 젓대북이 따라가고
보기좋은 범나비는 너픈너픈 날아든다.
붉은 꽃이 빛을 믿고 흰꽃을 조롱하여
풍전의 반만웃고 향인 하여 자랑 하니
요요하고 작작하여 그아니 경일 런가
꽃가운데 꽃이피니 그꽃이 무슨 꽃고
웃음웃고 말을 하니 수렁궁의 해어환가
해어화 거동보소 아름답고 고을씨고
구름같은 머리털은 타마제 아닐런가
여덟팔자 나비눈썹 서귀인의 그림인가
환환한 두살작은 편쳔행운 부딪치고
이슬속의 붉은 앵화 번소가 아닐런가
*신재효는 진체선이라는 여인을 제자삼아 곁에두고 정성껏 가르쳐 왔는데 어느날 대원군의 눈에 들어 진체선을 대려가 버렸다.
대원군에게 사랑하는 제자를 빼앗긴 신재효는 고창으로 내려가 진체선을 생각하면서 지은 이 도리화가 를 진체선에게 주어 부르게 하였다.
(판소리 2백년사)
[참고]
여기에 진채선의 삶에 대한 일부를 소개한다.
소설 『사랑의 향기』 (박태상 지음)는 정조 임금부터 고종임금까지 5대에 걸친 100년의 역사를 이타적 사랑. 유희적 사랑. 소유적 사랑의 세 가지 종류의 사랑의 무늬로 살펴보는 이야기다. 이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중세에서 숨 가쁘게 근대로 옮겨가는 역사적 징조와 상징들이 속살처럼 드러난다.
그중에서 신재효와 진채선을 중심으로 한 ‘연애상단’의 형성과정을 조명한 것으로 장시의 번창과 보부상과 중인아전계층 그리고 농민군들이 물고 물리는 싸움을 펼치던 시기에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던 초기 상업자본주의가 형성되던 때이자 신분제가 흔들리고 평등을 지향하는 물결이 출렁거리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진채선은 산속에서 밀도살을 하다가 관군에 쫓기던 사내 길홍과 세습무당인 가람 사이에 태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귀가 크고 목소리가 남달리 맑고 고와서 지나가던 남사당패가 소리꾼이 될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 그녀의 부모는 그를 순창현 관노청으로 보내 관기로서의 수업을 받게 하였다.
기생양성소 교방에서도 그녀의 인물 됨됨이와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일대에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교방의 스승인 엄직은 그녀를 좀 더 크게 키우고자 당시 고창일대에서 이름이 알려진 신재효에게 보냈다.
신재효는 그녀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녀를 지리산 구룡폭포, 선유폭포 등지로 보내 득음을 하게 하였고,
장시에 출연하여 이름을 더욱 날리게 조치를 하여주었다.
신재효는 누구인가? 그는 지방향리로 그의 부친은 경주인인 신광흡이다. 경주인은 각 지역의 중추적인 상인들로 각 지역의 특산물의 원활한 납품과 거래를 챙기고 움직이는 상인들의 숙박과 비용을 전적으로 챙겨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인적체계와 현지와의 연계망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신광흡은 전라도 경주인들 모임의 수장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재효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지방향리 자리를 이용하여 신분상승도 하고 미래의 부를 창출하고자 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안중 하나가 연예상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편 진채선은 스승인 신재효를 깊이 사모하였으며 신재효 또한 진채선을 제자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철종이 젊은 나이에 붕어하니 대원군의 어린 아들 명종이 고종으로 대통을 잇게 되었고,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대원군이 수렴청정하게 된 것이다.
안동김씨 집권기에 수많은 수모를 겪었던 대원군은 세도정치의 폐해를 끝내고 백성들의 삶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민본시대를 열고자 했다.
대원군은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에는 발을 벗고 나섰다. 커다란 정치적 포부를 펼치고 아들 고종이 새로 들어앉을 웅장한 궁궐을 짓고자 했다.
5년간의 경복궁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대체적인 골격을 완성하였고 연못을 조성한 후 경회루를 완성하였다.
대원군은 경회루 낙성식 공연을 대대적으로 펼쳐 고생한 부역 인부와 공사 관련 관료들에게 연회를 베풀고 술도 대접한다. 경회루를 완성한 후 4년 후인 1872년에 경복궁은 완공된다.
평소 대원군의 개혁정치에 동조하는 입장을 취해온 이서계층인 신재효는 자신이 이끄는 연예상단의 대표적인 연희자인 진채선을 경회루 낙성식 공연에 출연시켰다. 진채선의 판소리가 당대의 청중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고, 특히 풍류객인 대원군은 더욱 더 영혼의 감흥을 느끼게 된 듯 장단을 맞추면서 관람하였다. 이후 진채선은 운현궁에서 대원군을 기다리는 애첩이 되었다. 권력자에게 생긴 애첩과 예능인에게 생긴 연인은 주변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쉽게 동질성을 확보하였다.
반면, 신재효는 연인을 빼앗긴 상실감과 결핍이 그리움으로 충만하게 되었다. 미련과 원망이 교차하는 지점에 그녀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원군에 대한 질투와 채선에 대한 원망으로 그는 점점 더 무기력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대원군의 강력한 집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기득권들의 끊임없는 반발과 천주교 박해 등으로 불란서 군함을 불러들인 병인양요를 자초했으며 미국과의 신미양요의 전쟁을 치렀다. 이어 일본의 야수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청나라의 개입 등으로 대원군의 십년 섭정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 대원군은 수하의 몇 명의 수행원만 데리고 경기도 양주로 떠나게 된다. 임오군란으로 재집권하였지만 청나라 이홍장의 군대에 의해 그의 재집권은 단명에 그친다.
대원군은 채선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운현궁을 떠나 네 갈 길로 가거라.” 6년간 운현궁에서 대령기생 역할을 했던 그녀는 대원군과 이별하고 길을 떠났다.
그 후 진채선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풍문만 바람에 실려 전해지고 있었다.
한 여인이 있어 지리산 큰 봉우리 밑에 가죽신발을 나란히 벗어놓았는데 그 자리에 소복이 눈이 쌓이고, 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와도 신발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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