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생일상을 받으며

甘冥堂 2015. 11. 19. 00:35

 

 

며느리가 잘한 것인 양,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 왔습니다.

 

초고추장이 있는 것을 보면, 생선회가 있을 것이고,

각종 육해공 육류가 오르겠지요.

여기에 케익,야채, 과일, 국, 찌개류...등이 오르면,

한 상으로는 부족할 것 같군요. ㅎ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마누라가 며칠간 김장에 신경을 쓰더니 

눈동자가 출혈되어 토끼 눈 같이 빨갛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가 보라고 몇 번이나 일렀어도 고집을 부리고 안 가더니,

점심 때 쯤 슬그머니 나갑니다.

 

저녁무렵 모임에 나가는 길목에서

약봉지를 비닐 봉지에 싸 들고 오는 집 사람을 만났습니다.

 

집안이 아닌 거리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그 모습.

이제는 할머니 티가 완연합니다.

"어이구, 우리 마누라도 이젠 할머니 다 됐네."

안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마누라도 내 모습을 아래 위로 힐끗 힐끗 살펴 봅니다.

아무렇게나 입은 오래된 점퍼에 검정 바지, 그리고 운동화에 배낭을 짊어진 모습.

허연 머리에 검버섯 핀 얼굴이며.....

 

어쩌면 마누라도 내 모습을 보며

"어머, 저 인간도 이젠 완전 늙은이네." 했겠지요?

반가워하던 미소가 쥐 씹은 듯 변합니다.

 

나이 들면 키도 쪼그라드는 지.

옛날 결혼식장에서는 그 흔한 하이힐도 신지 않고,

더구나 기념 사진을 찍을 때는 일부러 내 키에 맞추느라

무릎을 구부렸었는데.

오늘, 약봉지를 들고 오는 마누라의 모습은

왜 그리 작아 보이는 지....

 

"일찍 들어와요."

"알았오."

 

그러나

그날도 술에 취해, 늦은 밤길을

휘여 휘여 귀가합니다.

'꽃 같던 이 내 청춘 절로 절로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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