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거지 근성

甘冥堂 2016. 9. 28. 06:22

컴퓨터 모니터가 고장 나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이 그 부품을 만들지 않아 4년 정도 된 모니터를 못 고친다니. 말도 안 돼.

그냥 버리고 말았다.


아들이 외국여행을 간다고 한다.

"뭐 이것 저것 사 오지 말아라. 그런 쓸데없는 선물 대신에 모니터나 사 놓고 가거라."

한 마디 했다가 엄처에게 한 소리 들었다. 뭔 쓸데없는 소릴하냐고.


농장 창고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갔다.

이사 가는 사람이 전등을 모두 떼어가 버려, 당장 수리를 해야한다.


전기회사에 다니는 둘째 아들에게 전화했다.

"너희 회사 직원가격으로 가정용 전등 몇 개만 사 오너라." 


집에 창문을 내는 일. 전기 시설. 테라스 만드는 일. 무거운 짐 옮기는 일....

모든 걸 친구. 동생. 동생의 친구들에게 부탁한다.

기꺼이 도와주는 이도 있지만 마지못해 하는 친구도 있다.


세상을 이런 식으로 산다.

어떤 땐 내 자신이 전생에 거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뭐 필요한 게 있으면 주위에 부탁하는 데 이골이 났다.


어차피 돈 주고 하는 일인데, 왜 주위분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냐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거야 뭐, 피차 아는 사이에 서로 좋은 일 아닌가?

그러나 남들 눈에는 구차해 보일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아파트, 이사하는 집에서 내다 버리는 쓰레기에는 멀쩡한 물건들이 많다.

아직 한참 더 사용해도 될 것을 그냥 쉽게 버리곤 한다.

TV. 냉장고. 선풍기 등 가전제품에서부터 멀쩡한 장농. 소파. 책상에 심지어 병풍. 그림. 글씨. 액자 등등

지나친 낭비다.

그렇다고 쓰레기로 버린 것을 주워 올 수는 없는 일.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저걸 왜 버려?

이런 생각 자체도 아마 거지근성이 아닐까 싶다.


이런 나를, 어떤 이는 짠돌이라고 흉을 본다.

"단어 선택을 좀 제대로 해라. 짠돌이가 아니라 '합리적인 사람'이니라."

그게 그 소리지 뭐.



검소하다 못해 격에 어울리지 않게 궁상을 떤 청나라 도광제를 예를 들어보자.


曆鑒前朝國與家成由勤儉敗由奢。 (李商隱

이전의 나라와 집안을 살펴보니,

성공은 근검에서 나왔고, 실패는 사치에서 나왔다

 

이 말에 의하면, 제왕이 근검절약하면 국가는 융성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검절약을 숭상했던 청나라 말기의 도광제는 그의 대청황조를 강성하게 만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쇠퇴하게 만들었다.

 

도광제가 젊었을 때, 비록 성격이 호방하고, 거동이 멋있었나, 돈에 대하여는 매우 따졌다.

그는 놀기를 좋아하지 않고, 종일 궁안에서 비빈들과 장작, , 기름, 소금과 같은 사소한 일들을 얘기하기를 즐겼다.

그는 궁중의 비용을 상세하게 계산한 후에 성지를 내렸는데, 궁내에서 쓰는 비용은 이후 매년 20만 은자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후궁들은 일년 내내 새 옷을 만들 수가 없었고, 모두 낡은 옷을 걸쳤다. 황후의 궁안에 놓은 의자방석도 낡은 것이었다.


이런 정도면 좀 곤란하다.

쓸 데는 써야지, 황제가 거지 노릇을 하면 백성들은 어쩌라는 말인가?

검소가 지나쳐 나라를 쇠퇴하게 만들다니.

무슨 일이던 중도를 지켜야한다고 중용에서는 가르쳤다.



거지 근성.

검소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짠돌이라는 표현도 거지 근성이나 검소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합리적인 사람.

아주 훌륭한 단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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