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개 돼지 콩

甘冥堂 2016. 9. 30. 04:33

뭘 먹을까?

여럿이 모여서 의견을 들을랴치면

"아무거나"

"니가 알아서 해"

"싸고 좋은 거"


이러면 난처해 진다. 뭘 어쩌란 말인지.

뚜렷한 주관이 없다.


내 경우는 아주 간단하다.

"개. 돼지. 콩"


구체적으로

"보신탕. 순대국. 콩음식"

토속적이고, 요새 말로 가성비 최고다.

김영란법에 저촉될 리도 없다.


높은 분들에게는 다소 격이 떨어질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누님도 "격을 좀 높혀라" 핀잔이다.


옛말에 음식은 가리지 말고, 잠은 가려서 자라고 했다.

세상에 음식 타박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자 없다.

그 음식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 어부들이 고생했겠나.

또 가공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구하고 노력했겠나?


서양에서 배울 것 중 한 가지는

식탁에 앉았을 때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기도의 대상이 누구이던 간에 얼마나 순수하고 성스러운가?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복은 먹는데서 생긴다.

선을 보거나 상견례 자리에서, 어른들은 멀찌감치 앉아서

사위될 사람. 또는 신부될 사람의 밥상머리에서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깨작거리는 자, 소리내거나 지저분하게 먹는 자. 걸신들린 듯 먹는 자...

과연 복이 들어오겠는가?


개장국. 순대국. 청국장...

"야만스럽게... 내장을 어떻게... 냄새나고 지저분한 걸..."

"난 시장에선 안 먹어."

웃기는 얘기다.


오늘 모임에서는 또 어떤 모습들이 연출될런지.

요즘 젊은이들처럼 피자, 치킨, 햄버거에 콜라를 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숙녀들을 모시고 개. 돼지집으로 갈 수도 없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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