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공자(孔子)와 도척(盜跖)(옮긴 글)

甘冥堂 2017. 3. 21. 09:08

공자(孔子)와 도척(盜跖)1

 

장자(莊子)란 인물은 그가 생각하는 것을, 꾸며낸 이야기 속에 담아 표현하기를 좋아했다. 거의가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기발한 착상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나 엄청난 표현에 실감을 잃기도 한다.

 

한 번 나래를 들면 삼천리나 되는 바다를 치고 구만리 창공을 오르게 된다는 붕()새 이야기가 그 좋은 예가 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붕이니 구만리 창공이니 하는 소리를 곧잘 쓰는 걸 보면 역시 장자와 우리와의 거리가 모르는 사이에 퍽 가까워진 것 같다.

 

우리나라 시조에 이런 것이 있다.

대붕(大鵬)을 손으로 잡아, 번갯불에 구워 먹고.

곤륜산(崑崙山)옆에 끼고, 황해를 건너뛰니,

태산(泰山)이 발끝에 차이어 왈그락 달그락 하더라.

 

장자의 과장을 본따 보다 과장을 시험한 농시조의 하나라 보겠다.

 

우리나라 농시조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

다음 것은 남녀의 애정을 노래한 것이긴 하지만 그 소박한 표현을 소박한 농부의 일상생활에 결부시킨 점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각시들 복판 논은 물도 많고 걸다더라

이왕이라 남줄 바엔 연장 좋은 나를 주소

지금에 주기곳 줄작시면 호미 걸어 씨 지으리.

 

곧이곧대로 풀어나가는 딱딱한 진리의 설교보다는 이런 농담 섞은 아리송한 표현이 훨씬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 점은 동서고금을 통해 변할 수 없는 인간의 타고난 천성인 것 같다.

 

장자의 우화(寓話)속에 공자와 도척(盜跖)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공자와 도척과는 같은 노()나라 사람이지만 도척은 공자보다 백 년 전 사람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가 전연 허구(虛構)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누구나가 다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야기에 매력이 있는 것이다.

 

공자는 성자(聖子).

성자인 공자가 악당으로 첫손꼽는 도척에게 여지없이 당하는 만큼 사람은 더욱 신기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장자 자신은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공자를 얕보지는 않았었다.

같은 책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그도 공자의 세상을 구원하려는 열과 성에 대해서는 한몫 놓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공자와 도척을 맞대면시켜 놓고 공자를 여지없이 납작코를 만든 이야기는

<莊子>의 잡편(雜篇)속에 들어 있는데 훗날 사람들은 이 잡편을 장자의 것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러나 장자의 것이든 아니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내용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록 만들어낸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역시 일면의 진리가 있다.

특히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고 있는 피상적(皮相的)인 공자관(孔子觀)을 통렬히 파헤친 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 잡편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외편(外篇)의 거협(呿篋)에 나오는 이야기를 좀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협은 상자를 연다는 뜻인데 곧 도둑을 의미한다.

그 내용인즉----

도둑이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더듬고, 궤짝을 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단단히 매고 묶고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좀도둑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한 것으로, 큰 도둑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이상 더 어리석은 일은 없고, 더 고마운 일은 없는 것이다.

그들은 고이 간직하고 알뜰히 모아둔 것을 주머니 채, 궤짝 채, 상자 채, 고스란히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물쇠가 더 튼튼하고 주머니 끈이 더욱 단단히 묶여져 있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결국 세상에서 말하는 지혜라는 것이 결국은 큰 도둑을 위해 재물을 쌓아 두는 결과밖에 더 될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이른바 성인(聖人)이란 사람들은

모두가 큰 도둑놈을 위해 재물을 지켜준 사람들이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옛날 제나라는 마을과 고을이 서로 바라보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마주 들려왔고, 백성들이 고기잡이 밭갈이 할 수 있는 땅이 사방 이천 리나 되었는데

그 모든 구역정리며 행정명령이며 종묘사직(宗廟社稷)이며 어느 것 하나 성인의 법도에 따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전성자(田成子)란 사람이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그 나라까지 도둑질을 하고 말았다. 더구나 그가 도둑질한 것은 나라뿐이 아니고 성인과 지혜로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니 법이니 하는 것까지 송두리째 다 훔치고 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성자는 분명 도둑놈이긴 했지만 그 자신 요순(堯舜)같은 위치에 앉아 있었다.

 

작은 나라들은 감히 그를 욕하지 못했고, 큰 나라들도 감히 그를 치지 못했다.

그러고도 그 자손이 십 이대나 임금노릇을 했으니 그것이야말로 제나라를 도둑질할 때 성자와 지자들의 법까지 함께 훔쳐다가 도둑질한 자신의 몸을 지킨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전제하고는 도척의 이야기가 나온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도척은 이렇게 대답했다.무엇을 하든 도가 없을 수 있겠느냐?

방안에 감춰 둔 것을 알아내는 것은 곧 성()이다.

남 먼저 뛰어 들어가는 것은 용()이다.

뒤를 막아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은 의().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실수 없이 하는 것은 지().

얻은 것을 공평하게 나눠 갖는 것은 인()이다.

이 다섯 가지 덕()을 몸에 지니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전례는 없다.

 

그리고 장자는 또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로 미루워 볼 때, 착한 사람도 성인의 도를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도척 같은 도둑도 성인의 도를 따르지 않고는 도둑 행세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착한 사람이 적고 착하지 못한 사람이 많으니 결국 성인은 천하를 이롭게 하기 보다는 해롭게 한 편이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죽고 없어야 큰 도둑이 생기지 않고, 천하도 태평무사하게 된다. 성인이 죽지 않는 한, 큰 도둑도 그치지 않는다.

아무리 성인을 떠받들어 천하를 잘 다스려보아야 도척을 더 배불려줄 뿐이다.

 

성인이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말과 되를 만들면 그 말과 되까지 도둑질 하고.

저울을 만들면 그 저울마저 도둑질을 한다.

도장이니 옥새니 하는 것을 만들어 속이지 못하도록 만들면 그 도장과 옥새까지 훔치게 되고

인의(仁義)로써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하면 그 인의마저 도둑질을 하게 된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임금의 허리띠에 있는 쇠붙이를 훔치면 목을 베는데 나라를 훔치면 제후(帝侯)가 된다. 그런데 그 제후들이 있는 곳에 밤낮 인의를 떠들어 대고 있으니 이것이 인의와 성지(성지)를 훔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의를 훔치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까지 훔쳐가는 큰 도둑의 행동이천하의 공인(公認)을 받는 세상에, 상을 준다고 착한 일을 하겠으며 벌을 준다고 악한 일을 금할 수 있겠는가? 고작 송사리떼를 잡는데 불과하다.

이같이 갈수록 큰 도둑만을 살찌게 만들고 악을 없앨 수 없게 된 것은 모두 성인들 때문이다.

 

이리하여 장자는 결론적으로 인간이 창조하고 발전시킨 일체의 문화를 파괴하고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법이 소용없고 도둑이 있지 않는 평화롭고 안락한 세계 돌아온다고 주장한다.

 

앞서도 말했지만<장자>의 이 <외편><잡편>을 뒷사람들이 만들어 넣은 것으로 보는 편이 많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 <외편><잡편>이 장자의 본래의 작품이고 반대로 <내편>을 뒷사람들이 만들어 붙인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장자보다 불과 이백 년 뒤의 사마천(司馬遷)은 그가 지은<사기 열전(史記列傳)>가운데서 여기 소개하는<외편><거협><잡편><도척>을 예로 들고 있으니 장자의 친작이든 아니든 이 두 편이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면 다음에 백 년 후의 공자가백 년 전의 도척에게 어떻게 혼이 났는가를 장자의 붓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하기야 시대를 초월해서 비유로 말한 것에

도척의 집 개가 요()임금을 짖는다는 것이 있다.

궤통이 한신(韓信)에게 반역을 권유한 일이 있다 해서 한고조(漢高祖)가 그를 기름 가마에 삶으라고 말했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도척이 아무리 악하고 요임금이 아무리 착하다 해도, 도척의 집 개만은 주인집을 위해 요임금을 짖고 깨물려고 하는 개라는 본성의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진리를 들어 자신의 처지를 변명한 것이다.

 

궤통과 한고조의 대화를 소개하면 이렇다.

그가 피의자로 잡혀오자 고조가 먼저 물었다.네가 한신을 반역하라고 시켰더냐?

그러하옵니다. 신이 시켰습니다.

바보가 내 말을 듣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내 말을 들었다면 폐하께서 어떻게 편안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

 

고조는 화를 내며 궤통을 당잘 기름 가마에 삶으라 했다.

그러자 궤통은 크게 소리를 외쳤다.

아 원통하다 내가 삶길 줄이야.

네가 한신에게 반역하도록 권했다면 그 죄 삼족을 멸해 마땅할진대 무엇이 원통하단 말이냐?

()나라의 기강(紀綱)이 끊어져 산동(山東)이 크게 시끄럽자, 이성(異姓)들이 함께 일어나고 뭇 영웅이 모여들어 진나라가 잃어버린 사슴(鹿:천자의 자리)을 함께 뒤쫓게 되었습니다. 결과 재주가 높고 걸음이 빠른 사람이 먼저 얻게 된 것이옵니다.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짖은 것은,

요임금이 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자기 집 주인이 아니면 누구나 짖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신은 한신 만을 알고 있을 뿐 폐하는 알지 못했습니다.

또 천하에는 뛰어난 재주와 힘을 가지고, 폐하가 이룩한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 많으나 다만 힘이 모자랄 뿐인데 그들을 일일이 다 삶아 죽일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고조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에 그만 마음이 수그러지고 말았다.

 

그만 두어라!하고 궤통을 풀어 돌아가게 했다고 사마천<사기열전>은 말하고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말이란 정말 조화가 무궁한 것이다.

궤통은 도척을 악의 괴수로 인용해서 죽은 목숨을 살리게 되었는데

장자는 악의 괴수인 그를 천하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는 공자를 호령하는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이다.

 

그러면 원문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소개해 내려가며 설명을 더하기로 하자.

 

공자는 유하혜와 친구였다.유하혜(柳下惠)는 맹자(孟子)도 그를 성인이라 했다.

그의 본래의 이름은 전획(展獲)이었는데 그가 살고 있는 땅 이름이 유하였고 그가 죽은 뒤에 혜()라는 시호를 주었기 때문에 유하혜로 통하게 되었다.

 

맹자는 그를 성인 중에서도 화()에 속한다 하고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너요, 나는 나다. 네가 아무리 알몸뚱이로 내 옆에서 추잡한 짓을 한다 해도

나를 더럽히지는 못한다, 하고 세상 악인들과 함께 지낸 것이 유하혜다.

맹자가 이런 말을 하게 된 데는 까닭이 있다.

 

공자 가어(孔子家語)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밤 폭풍우가 일어나 어지간한 집들은 모두 문짝이 달아나고 지붕이 걷히고 야단들이었다. 젊은 남자가 혼자 자고 있는데 옆집 젊은 여자가 비에 온 몸을 흠뻑 적신 채 찾아와 추워 죽겠으니 사람 좀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남녀가 유별한데 더구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어떻게 한 방에서 밤을 지날 수 있겠소?하고 방문 밖에 세워둔 채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여자는 평소부터 그 남자를 사모하고 있었는데 마침 폭풍우가 몰아치는 기회를 이용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집이 날아가 버리고 비를 피할 곳이 없어 찾아간 것이 그 남자의 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남자는 만일의 경우를 염려해서 그녀를 방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때 여자는 유하혜는 여자와 함께 있어도 아무 일이 없었으며, 사람들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온 몸이 비에 젖어 사람이 추워 죽을 지경인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하고 따졌다.

그러자 남자는 유하혜는 유하혜니까 그럴 수 있었지만, 나는 유하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문밖에서 추위를 견뎌야만 되겠습니다.하고 끝내 이를 거절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그 남자가 한 일을 잘 한 것으로 평한 일이 있다.

아마 유하혜는 황진이의 유혹을 받은 서화담(徐花潭)선생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어째든 그런 성인의 소리를 듣는 유하혜의 바로 친동생에 천하무적의 도척 같은 도둑이 있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유하혜의 동생은 이름이 도척이었다.

도척의 부하는 구천 명이나 되었고, 천하를 횡행하며 제후들을 마구 괴롭혔다.

방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문을 지도리를 뽑고 들어갔다.

남의 소와 말을 멋대로 몰고 가고 남의 집 여자를 마구 끌어갔다.

재물을 탐해 친한 사람을 가리지 않았고, 부모형제를 돌보지 않으며,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는 곳이면 큰 나라는 성을 지키고 작은 나라는 보(:역시 성)로 들어가 숨었다. 온 백성이 다 고통을 겪었다.

 

이쯤 되면 정말 도둑의 존재도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공자가 유하혜를 보고 말했다.

남의 아비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우를 바른 길로 지도할 의무가 있지 않소? 지금 형은 세상에서 남들이 재사로 일컫는데 동생이 도척이란 이름으로 온 천하를 해치고 있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니, 내 형을 위해 부끄러워하는 바요. 내가 형을 대신해서 그를 찾아가 달래볼까 하오.

 

그러자 유하혜는 이렇게 대답했다.

형은 말하기를 남의 아비 된 사람은 아들을 바로 가르쳐야 하고남의 형 된 사람은 아우를 옳게 지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식이 아비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동생이 형의 지도를 받지 않는다면, 비록 형이 능변가라 할지라도 어찌 해 볼 수 없을 거요. 더구나 척()의 위인이 마음은 솟는 샘물과 같고, 뜻은 몰아치는 바람과 같으며, 그의 힘은 족히 적을 막을 수 있고, 그의 변론은 족히 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꾸밀 수 있으며, 그의 마음을 순하게 하면 기뻐하고, 그의 마음을 거스리면 성을 내어, 말로써 사람을 욕보이기 쉬우니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공자는 유하혜의 충고도 듣지 않고 사랑하는 제자 안회(顔回)에게 말고삐를 잡게 하고 자공(子貢)을 수행원으로 데리고 도척을 찾아갔다.

 

마침 도척은 그 부하들을 태산(泰山)남쪽에 쉬게 하며 사람의 간()을 회쳐서 먹고 있었다.

공자는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 부관(副官)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노()나라 공구(孔丘)란 사람입니다. 장군의 높으신 이름을 사모하여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만나 뵙게 해 주십시오.

 

부관이 안으로 들어가 공자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도척은 화를 발끈 냈다.

뭐 공구?도척의 두 눈이 샛별같이 빛나고 머리털이 위로 곤두섰다.

그럼 그게 바로 노나라의 교활하고, 거짓말 잘 하는 공구가 아니겠느냐. 너 나가서 이렇게 일러라.

너 함부로 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꾸며 무수한 그릇된 주장을 하고 다니며, 농사일은 하지 않고 얻어먹기만 하며 길쌈은 하지 않고 옷을 얻어 입으며, 입술과 혀를 함부로 놀려 공연한 시비를 불러 일으켜온 천하의 임금들을 매혹시키고 천하의 배우는 선비들로 하여금 본연에 자세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멋대로 효도가 어떻고 공경이 어떻고 하며 혹시 벼슬이나 얻고 부귀를 누려볼까 하고 따라다니게 하고 있으니

그대의 죄 너무도 크고 무겁다. 빨리 도망쳐 돌아가지 않으면 내 장차 그대의 간으로 점심 반찬에 보태 먹을 테니 그런 줄 알아라, 하고 말이다.

 

부관의 말을 듣자 공자는 다시 또 청을 넣었다.

저는 장군의 형님 되시는 분과 친한 사이니, 모든 걸 용서하시고 장군의 발아래 엎드릴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제야 도척은 들게 하라!하고 승낙을 했다.

공자는 바쁜 걸음으로 들어가 자리에서 앉지 않고 뒤로 두어 걸음으로 물러서서 공손히 절을 했다.

도척은 몹시 성난 표정으로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칼자루를 손에 잡고 눈을 크게 부릅뜨며 새끼 따른 암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말을 했다.

 

너 이리 가까이 오너라! 만일 말하는 것이 내 뜻에 맞으면 살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죽을 줄 알아라.

공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듣건대 무릇 천하에는 세 가지 덕이 있다 하였습니다.

 

생김생김이 크고 아름다워 젊은이나 늙은이나 귀한이나 천한이나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다 기뻐하는 것이 곧 상덕(上德)이요,

지혜는 천지 이치를 알고 재주는 만물을 능히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중덕(中德)이요,

용맹 과감해서 무리들을 모으고 군사를 통솔할 수 있음이 곧 하덕(下悳)입니다.

 

만일 이 중 한 가지 덕을 가진 사람이면 남의 임금노릇을 할 수 있다 하옵니다.

그런데 장군은 지금 이 셋을 겸하고 있습니다.

몸은 크기가 여덟자 하고도 두 치요, 얼굴과 눈에는 광채가 빛나며, 입술은 주()를 칠한 듯 붉고, 이는 조개를 나란히 세운 것 같고 목소리는 황종(黃鍾)의 음악 소리에 맞습니다.

그러고도 사람들로 부터 도척이란 이름을 듣고 있으니 어찌 장군을 위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장군께서 신의 말을 들으신다면 신은 장군을 위해남쪽으로 오()와 월(), 북쪽으로 제()와 노(), 동쪽으로 송()과 위(), 서쪽으로 진()과 초(), 이렇게 찾아다니며 그들로 하여금 장군을 위해 수백 리에 달하는 성을 쌓고, 수십만 호()의 큰 도읍을 만들어 장군을 모시어 제후(帝侯)로 삼고, 온 천하와 더불어 새 출발을 하여 군사들을 다 쉬게 하고 형제들을 거두어 들여, 함께 조상의 제사를 받들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곧 성인과 재사들이 해야 할 일이요, 동시에 온 천하가 원하는 일이옵니다.

 

공자의 이 말에 도척은 크게 성을 냈다.

너 이리 더 좀 가까이 오너라!

대개 이해로써 마음을 달래고 말로써 행동을 바꾸게 되는 것은, 모두가 어리석고 못난 백성들이 하는 짓이다.

방금 네가 말한 키 크고 얼굴이 잘나서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는 것은 곧 우리 부모가 남겨주신 덕이다. 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나는 또 듣건대 얼굴을 대해놓고 칭찬하는 사람은 또 등을 돌려 헐뜯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네가 지금 큰 성과 백성들을 운운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로서 꼬이는 것이니 이는 나를 어리석은 백성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 오래 갈 수 있겠느냐?

 

성이 크기로 말하면 천하보다 더 큰 것이 없다.

요순은 천하를 두었으되 그 자손이 송곳하나 꽂을 땅이 없었다.

탕무(湯武)는 천자가 되었지만 자손들은 뒤가 끊기고 말았다.

이것은 그 이()가 너무 큰 때문이 아니냐?

 

도척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또 내가 듣건대, 옛날엔 짐승들이 많고 인민(人民)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얽고 짐승을 피해 낮에는 도토리와 밤을 줍고, 저물면 나무 위에서 살았기 때문에 유소씨(有巢氏)의 백성이라 불렀다 한다.

옛날엔 백성들이 옷을 입을 줄 몰라 여름에 나무를 쌓아두었다가 겨울에 불을 땠기 때문에 <살 줄 아는 백성(知生之民)>이라 불렀다.

 

신농씨(神農氏) 시대에는 누우면 둥글둥글, 일어나선 빈들빈들, 백성들은 그 어미만을 알고 아비를 알지 못했고, 사슴과 같이 놀며 밭갈아 먹고 길쌈해 옷을 입을 뿐,

서로 해칠 생각은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인간 최고의 생활 상태(至德)였던 것이다.

그런데 황제(黃帝)가 덕이 없어치우(蚩尤)와 탁록(涿麓) 들판에서 싸워 피가 백 리나 흘렀다.

요순이 일어나자 뭇 신하들을 만들어 냈고, ()임금은 그 임금을 귀양 보내고, 무왕은 주()를 죽였다. 이런 뒤로 강자는 약자를 누르고 많은 사람들은 적은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으니 너희들이 성인이라고 말하는 탕무 이후는 모두가 세상을 어지럽게 한 무리들이다.

 

이렇게 전제하고 나서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그대는 문왕 무왕의 도를 받들어 천하의 학계(學界)를 한 손에 잡고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풍덩한 옷을 느슨히 입고 남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는 거짓말과 꾸민 행동을 일삼으며, 천하의 임금 된 사람들을 현혹시켜 부귀를 구하고 있으니 그대보다 더 큰 도둑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은 그대를 보고 도둑질하는 공구라 하여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나를 보고 도둑질한다 하여 도척이라 하지 않는가?

그대는 달콤한 소리로 자로(子路)를 달래어 그로 하여금 용자(勇者)의 갓을 벗고 긴 칼을 버리게 한 다음, 그대의 제자로 배우게 했다.

이걸 보고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공구는 능히 포학한 사람을 눌러 나쁜 짓을 못하게 했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결과에 가서 자로는 위나라 임금을 죽이려다가 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마침내는 몸이 죽어 동문 위에 시체로 남게 되었으니 이것은 그대가 잘못 가르친 때문이 아닌가? 그러고는 스스로 재사다 성인이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두 번이나 노나라에서 쫓겨났고 위나라에서 자취를 감춰야 했으며 제나라에서는 곤란을 겪어야 했고 진채(陳蔡)에서는 포위를 당해야만 했으니

스스로 자기 몸 하나도 천하에 용납할 곳이 없지 않았던가?

그대는 자로에게 이런 환란을 받을 것을 가르쳤으니 위로는 자신을 보존하지 못했고 아래로는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으니 그대의 도란 것이 뭐 귀한 것이 있는가?

 

그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세상에는 황제(黃帝)를 가장 높게 평하고 있다. 그러나 황제도 그 덕이 완전하지는 못하다. 탁록 싸움에서 피가 백 리나 흘렀다고 하지 않는가?

요임금은 자식을 버렸고 순임금은 아비에게 쫓겨났다.

()임금은 몸이 병신이었고, 탕 임금은 그 임금을 귀양 보냈으며 무왕은 임금인 후를 죽였고 문왕은 유리(羑里)에 갇혀 있었다.

이 여섯 사람은 세상이 다 성인으로 높이 받들고 있다.

 

그러나 실상인즉 모두가 이해로서 진실은 가리고 인간본연의 성격과 감정에 어긋난 짓을 한 것으로 그 행동이야말로 심히 부끄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 착한 선비라 일컫는 백이숙제(伯夷叔齊)는 고죽(孤竹)의 임금 되기를 마다하고 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죽어 뼈와 살을 묻지 못했고,

포초(鮑焦)는 세상을 더럽다 하여 혼자 깨끗한 체했으나 결국은 나무를 안고 죽었으며

신도적(申徒狄)은 임금에게 간하다가 임금이 듣지를 않자, 돌을 지고 강에 빠져 고기밥이 되었고,

개자추(介子推)는 충신으로 자기 넓적다리를 베어 임금 문공(文公)을 먹였건만, 문공이 그를 배반하자 성을 내고 도망가 불에 타 죽었으며,

미생(尾生)은 다리 밑에서 여자를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여자는 오지 않고 물이 들이닥쳐 다리 기둥을 안고 죽었다.

 

이 여섯 사람들은 나무에 못 박힌 개나, 물에 빠져 죽은 돼지나, 바가지 든 거지나 다를 것이 없다. 모두가 이름에 구애받아 죽는 것을 가볍게 여긴 사람들로 자기 목숨을 중히 여길 줄 모른 사람들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충신 가운데 왕자비간(王子比干)과 오자서 (伍子胥)같은 사람이 없지만 오자서는 강에 빠져 죽고 비간은 염통을 찢기고 말았다.

두 사람을 세상에선 충신이라 하지만 결국은 천하에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자서나 비간은 조금도 훌륭할 것이 없다.

 

그대가 내게 말하려는 것이 귀신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되, 만일 내게 사람에 관한 일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이런 것에 불과할 테니 그것은 이미 내가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도척은 뒤이어 마지막으로 자기의 소신을 말했다.

내 그대에게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해 주리라.

사람이면 누구나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어 하며,

귀로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고

입으로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하며

자기의 뜻과 기분을 만족시키려고 하고 있다.

 

사람은 백살을 살면 상수라 하고, 여든을 중수라 하며, 예순을 하수라 한다.

병들어 여위고 죽어 초상 치를 근심걱정 하다가 보면 그 가운데 활짝 웃어 보이는 날은 한 달에 사오 일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은 무궁하고 사람이 죽는 것은 한이 있다.

이 유한한 몸을 무궁한 가운데 붙이고 사는 것은, 덧없기가 마치 말이 좁은 틈 사이를 지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그 뜻을 기쁘게 하지 못하고 그 수명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가 도를 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대가 말한 것은 모두 내가 버린 것이니 다시 더 여러 말 할 것 없이 당장 물러가거라.

대의 도란 것은 인간의 본 성을 잃어버리고 공연히 허둥거리며 남을 속이고 자연을 해치며 거짓을 일삼는 것뿐으로 절대로 참다운 것이 못되니 족히 논할 것이 되지 못한다.

 

이리하여 공자는 도척에게 두 번 절하고 급히 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어찌나 혼이 났던지 수레에 올라와 말고삐를 잡았다가 세 번이나 이를 놓쳐버렸고,

두 눈은 넋을 잃은 듯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 얼굴은 잿빛처럼 새하얗게 해가지고, 가로나무에 기대고 앉아 머리를 탁 숙인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공자의 당황한 모습을 장자는 그린 듯이 표현하고 있다.

 

공자가 그곳을 떠나 노나라 동문 밖에 이르렀을 때, 우연히도 유하혜와 마주치게 되었다. 유하혜는 공자를 반기며오래간 만이오, 어디를 갔다 오시는 모양인데, 혹시 내 아우 척을 만나고 오는 길은 아니신지?하고 물었다.

 

공자는 하늘을 우러러 길게 한 숨을 내쉬며그렇소!하고 대답을 보냈다.

척이란 녀석이 형의 뜻을 거역하고 여전히 전과 다름없는 태도를 취하지나 않았던지?

왜 아니겠소!

나야말로 병도 없으면서 쑥뜸을 한 셈이었소.

멋모르고 달려가서 함부로 호랑이에 수염을 뽑으려다가 하마터면 물려 죽을 뻔했었소.하고 솔직한 심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여기 우리로서 한 마디 소감이 없을 수 없다.

왜 장자는 이 우화를 빌어 하필이면 세상이 다 아는 최고 악당에게 온 천하가 스승으로 받들게 된 공자를 여지없이 납짝코를 만들었을까?

그 의도와 동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을 읽는 우리들이 어째서 공감을 보내게 되는가를 또 한 번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말로 말해,

공자의 참된 교훈은 시렁에 올려놓고 권력자들이나 지도계급이 자기네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을 공자에게서 빌어다가순진한 백성들을 하나의 불필요한 절차와 형식 속에 묶어놓고 이것이 공자의 교훈이다 하고 얼토당토않은 수작을 부리고 있는 데서

이런 반발과 지탄을 받게끔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자의 말과 같이, 결국 공자는 큰 도둑놈에게 도둑질하기에 편리한 것만을 남겨준 결과가 되고 만 셈이라 하겠다.

 

법이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다.

법의 참뜻을 모르고 글자나 문구에 얽매이는 자는 곧 법의 노예이거나 아니면

법을 무기로 선한 인간을 괴롭히는 자다.

 

법은 운명에 달렸다고 말로는 떠들어 대지만 욕심이 앞을 서는 인간의 천성을 어찌할 것인가? 그러기에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추악상을 그리게 된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가장 어려운 것은 때에 맞게 하는 것이다(時中).

 


 

   [출처] 공자와 도척 만남 ,유하혜|작성자 yong2497 


  1. [출처] 공자와 도척 만남 ,유하혜|작성자 yong249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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