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라고 하면
흔히 거짓말이거나 헛튼소리 쯤으로 여긴다.
뒤돌아서서
"별 미친놈 다 봤네."
"정신 나간 놈 아냐?"
이런 소리를 듣기도 한다.
구라에 대하여
우리말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1.‘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
내 비록 건달 밥 먹으면서 잔뼈가 굵었지만
지금까지 구라는 안 치고 살았어요.
출처 : 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2 .‘이야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어차피 잠자기는 글러 먹은 거니까 구라나 풀자고.
출처 : 이원규, 훈장과 굴레
세월이 변하니 단어의 뜻도 변한다.
'입에서 나오는 비단 같은 말'이 '口羅'다.
상당히 격이 높아졌다.
구라에도 종류가 있다.
구라. 생구라. 개구라가 그것이다.
없는 말도 제멋대로 지어내어 사기나 치는 생구라.
속되고 아무 쓰잘데기 없는 개구라.
같은 말이라도 유머러스하게, 맛깔스럽게 하여
듣는 이도 재미있고 구라치는 이도 여유가 있다.
이게 진정한 구라다.
표현이 잘못 됐다.
구라는 치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다.
입에서 비단을 푸는 것이니,
'구라 푼다 '로 해야 옳은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구라 좀 푸는 이들이 제법 있다.
교육자, 한의사, 소설가. 종교인...
'누구'하면 다 아는 인사들이다.
듣는 이들이 즐겁고 유익하기도 하다.
그러나
위정자들의 구라는 품격이 한참 뒤쳐진다.
기껏해야 생구라나 개구라에 지나지 않는다.
즐겁기는 커녕 역겹기까지 하다.
이런 자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백성들이 무슨 즐거움이 있겠나?
말 한 마디로 울고 웃는 세상이다.
입에서 나오는 비단 같은 말.
구라.
잘 풀어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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