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시오관(食時五觀)
밥 먹을 때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한 끼의 밥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수고와 고마움을 느끼며 식사하라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가 지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60권 앙엽기 7(盎葉記七)
먹는 데 대한 경계(食戒)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먹는 데 대한 경계(食戒)
나는 본시 가난한 형편이고 먹는 양 또한 매우 적은데다 천성이 청검(淸儉)하고 체질이 취약(脆弱)하다.
언제나 분수를 알아 명복(命福)을 아끼고 먹는 것을 절제하여 건강을 꾀하려 하므로
일찍이 부옹(涪翁 송 나라 황정견(黃庭堅)을 말함)의 식시오관(食時五觀)과 성호사설의 의론을 좋아하여, 지금 여기에 기록한다.
식시오관(食時五觀)
첫째는 計功多少, 量彼來處
밥이 완성될 때까지 드는 역량과 밥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헤아려야 한다.
즉 이 밥은 갈고 심고 거두고 찧고 일고 지어야 완성되므로 드는 역량만 해도 매우 많은데,
하물며 다른 생명까지 해쳐 가면서 자신의 자미(滋味; 맛이 좋고 자양분이 있는 것)로 만들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먹이는 열 사람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집에 놀고 있을 때에는 부모의 심력(心力)에 의해 얻어진 것을 먹게 되므로,
아무리 자신의 재물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부모의 여음(餘蔭)을 받는 셈이 되고,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백성의 고혈(膏血)을 먹게 되므로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는 忖己德行全缺應供
자신의 덕행(德行)이 완성되었는지 결여되었는지를 헤아려서 공양(供養)을 받아야 한다.
즉 맨 먼저는 어버이를 섬기고 다음에는 임금을 섬기고 마지막에는 입신양명하는
이 세 가지를 완성한 자라야 남에게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결여됨이 없으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마땅히 부끄럽게 여겨야 하므로,
감히 자미(滋味)를 마음대로 만족시킬 수 없다.
셋째는 防心謂過貪等謂宗
마음을 절제하여 지나친 탐욕을 없애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즉 상품의 먹을 것을 보면 아무리 먼 지역에 있는 것이거나 얻기 어려운 것이라도 억지로 구하려 하는 것을 탐(貪)이라 하고,
하품의 먹을 것을 보면 대뜸 화를 내면서 자신의 구복(口腹)만을 위하여 괜히 남을 때리는 것을 진(嗔)이라 하고,
먹는 것이란 배만 고프지 않을 정도이면 그만인데도 기어이 많고 좋은 먹을거리를 구하려 하는 것을 치(痴)라 한다.
군자(君子)가 먹는 데 있어 배부르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이같은 과오를 없애려는 때문이다.
넷째는 正事良藥, 爲療形苦
바른 처사와 좋은 약(良藥; 여기서는 정당하게 먹는 밥을 말한다)으로 건강을 요양해야 한다.
즉 오곡(五穀; 쌀, 수수, 보리, 조, 콩)과 오채(五菜; 아욱, 콩잎, 염교, 파, 부추)로 생명을 유지하고
어(魚)와 육(肉)으로 노쇠(老衰)를 지탱하는 것이지만,
건강에는 배고파하고 목말라 하는 욕심이 주병(主病)이 되고, 사백 사병(四百四病)은 객병(客病)에 불과하므로
밥을 약(藥)으로 알아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분수를 아는 자는 젓가락을 들 때에 언제나 약을 마시는 것처럼 여긴다.
다섯째는 爲成道德
도덕(道德)을 완성해야만 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
즉 군자는 밥 먹는 시각에도 인(仁)을 떠나지 않는 것이므로, 이같은 다짐부터 있은 뒤에야 밥을 먹을 수 있고
밥을 먹은 뒤에는 도업(道業)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규합총서(閨閤叢書)는 조선시대 말엽의 부녀자의 생활 지침을 위한 순 한글로 된 책으로
26대 고종(高宗) 6(1869)년에 간행되었다. 편자는 빙허각(憑虛閣) 이씨.
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도 식시오관(食時五觀)이 나온다.
佛學大辭典/食時五觀:今故約食時立觀以開心道, 略作五門, 明了論如此分之:
初計功多少量他來處, 二自忖己身德行, 三防心離過, 四正事良藥, 五為成業道。
①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식사를 위해 공을 들인 사람을 생각하고,
②음식 맛을 따지지 말고 식사를 할 만큼 내가 착한 일을 했는가를 생각하고,
③많이 먹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말며,
④이 식사가 내 몸에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면서 먹고,
⑤내가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 바른 사람인지를 생각하면서 먹으라는
다섯 가지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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