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투쟁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멸공 해시태깅은 쇠락한 공산주의와의 대결 선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죄인’인 탓에 강요당하는 침묵을 끊고
B급 언어를 활용한 기발한 메시지 발신이다.
중국 관리가 “소국이 감히 대국에…”라고 모욕해도 항의 한마디 못했다는 기사를
‘멸공’ 태그한 데서 잘 드러난다.
정 부회장은 상식을 말했지만 사태는 비상식으로 흘렀다.
'멸공’은 다 죽이자는 야만이고,
‘난 공산당이 싫어요’는 혐오 조장이라는 대깨문식 삼류 논법이 판친다.
상식의 언어인 ‘멸공’마저 금기어가 되다시피 하는 어이없는 결말을 맞았으니,
'멸공'이 입증한 몰상식 세상. 희대의 코미디 아닌가.
‘용진이 형’ 코미디가 끝나자 ‘건희 누님’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공중파 TV가 검증을 빙자해 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의 사적 발언을
탈탈 터는 방송을 감행한 것이다.
방송 후 의외로 ‘걸 크러시’ 조짐이 보이자 많은 이들이
돌연 방송사를 비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걸 크러시란 여자가 당찬 매력을 지닌 여자를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이란 뜻이다.
순식간에 적과 동지가 뒤바뀌고, 심판과 선수가 뒤죽박죽되는 코믹극이 되고 말았다.
이어 '굿바이, 이재명'이 마스크에 표정을 감춘 그 실체를 벗겨냈다.
악마의 주둥이에서도 절대 나올 수 없는 '형수에 대한 욕설'은
'개같은 코믹극'이라 하기에도 너무 저급하다.
이걸 보고 들어야만하는 국민들만 참담할 뿐이다.
K코미디의 웃음 포인트는 다큐를 찍는 듯한 출연자들의 ‘진지 모드’다.
5년 내리 집값이 폭등해 자산 격차가 기록적인데도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임기 내내 분배가 개선됐다’는 원고를 읽었다.
매년 울트라슈퍼 예산을 짜 돈을 퍼붓고선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을 안 한다”고도 했다.
거대 여당은 ‘헛웃음 담당’이다.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 기상천외의 부동산 대책.
이전 정부를 ‘토건족’이라고 맹비난하더니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84조원)을 가뿐히 따돌리며 토건 경제 완성 단계다.
사상 초유의 ‘2월 추경’도 기어코 확정시켰다.
엘리트 관료들도 K코미디의 당당한 주역이다.
최근 3년 새 나랏빚이 49%나 폭증했는데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는 자부심.
‘국채 발행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신박한 이론
고용·소비·분배가 곤두박질치자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버리고선
‘시계열이 끊어졌으니 이제 과거와 비교 말라’고도 했다.
‘개콘’에서도 보기 귀한 낯뜨거운 캐릭터다.
희화화된 공권력은 거의 허무개그 수준이다.
‘개혁의 상징’으로 날치기 출범한 공수처는 1년 넘도록 기소 실적 제로(0)다.
경찰은 24시간 출입이 개방된 대학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인 청년에게 주거침입죄를 씌웠고,
검찰은 6급 공무원이던 여당 대선 후보의 측근 소환에 벌벌 떨며 공소시효를 넘길 판이다.
멸콩 투쟁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정 부회장의 재등장 여부는 미지수다.
‘코’미디 같은 세상 박멸이라는 멸‘코’ 투쟁을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
(한경 오피니언을 일부 편집하였음)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의 책 2권을 읽다 (0) | 2022.01.19 |
---|---|
천일살 (0) | 2022.01.19 |
오바마 부부의 자녀 교육법 (0) | 2022.01.17 |
할배 군대 갔다 올께 (0) | 2022.01.16 |
흰머리를 스스로 웃다 (0) | 2022.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