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논어 소개

甘冥堂 2022. 6. 7. 06:53

전반부에서 소개했던 다음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용한다.

송나라 300 년의 기반을 닦은 승상 조보는 2대 황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臣有 論語一部 以 半部 佐太祖 定天下 以半部 佐 陛下 致太平

(신유 논어일부 이 반부 좌태조 정천하 이반부 좌 폐하 치태평)

"저는 논어 한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반 권으로 태조를 도와 천하를 평정했으며,

나머지 반 권으로 폐하를 도와 천하를 안정시켰습니다.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는 나머지 半部의 논어를 소개한다.

 

유교이상의 구현체인 논어.

유교전통에서 가장 성스러운 문헌으로 존경받는 논어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제2세대가 편집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구전(口傳)과 문서로 보존된 공자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여 편찬된 이 책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공자의 정신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현대의 독자들은 논어가 서로 관련이 없는 대화들을 되는 대로 모아 놓은 책이라고 비판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공자가 일상생활에서 제자들에게 실제적인 충고를 해주는 상식적인 도덕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릇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어는 여러 사람의 공동 기억을 기록한 것으로,

자신을 유생(儒生)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자에 대한 기억을 계승시키고

공자의 생활양식을 현재에도 살아 있는 전통으로 전수시켜주는 문서로서 수세기 동안 숭배해왔다.

 

논어속의 대화는 생각하고 움직이는 공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 공자는 혼자 동떨어져 있는 개인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중심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로 논어속의 말씀은 공자의 인품, 즉 야망·공포·환희·신념·자기발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자를 초점으로 하는 이같은 농축된 말씀을 편찬한 목적은 논증이나 사건의 기록을 위한 것은 아니고,

독자들이 지금도 계속되는 대화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논어를 통해 유생들은 수세기 동안 공자와의 대화에 직접 참여하는 장엄한 의식을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다음 문장은 공자의 정신사(精神史)에 대한 짧은 자서전적 기술로

가장 중요한 신상발언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15세가 되어서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가 되어서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고,

40세가 되어서는 판단에 혼돈을 일으키지 않았고, 50세가 되어서는 천명을 알았고,

60세가 되어서 귀로 들으면 그 뜻을 알았고, 70세가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대로 하여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았다."(爲政篇 4)

 

제자로서 그리고 스승으로서 공자의 일생은 교육이 끊임없는 자기실현의 과정이라는

그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공자의 인물됨을 잘 표현할 수 없었을 때 공자는 자로를 이렇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너는 왜 '그분(공자)의 사람됨이 학문에 발분하면 식사를 잊고 그러한 것을 즐거워하여 근심을 잊어,

늙음이 닥쳐오리라는 것조차 모르고 계십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느냐?"(述而篇 18)

 

공자는 그가 숭상하는 문()이 잘 전수되지 않고 그가 주창하는 학()이 잘 가르쳐지지 않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같은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운 것을 기억해내는 능력, 끊임없는 학문연구,

지칠 줄 모르는 가르침 등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그 자신에게도 매우 엄격했다.

"()이 닦아지지 아니하는 것과 학문이 익혀지지 아니하는 것과, 정의임을 알고도 그곳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것과,

선하지 않은 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내 근심이다."(술이편 3)

 

그가 제자들에게 바랐던 것은 자발적인 향학열이었다.

"알려고 답답해하지 않으면 지도하지 않고 표현하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으면 일깨우지 않는다."(술이편 8)

 

공자의 문하생들은 다른 나이, 다른 배경, 다른 나라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진

학자지망생들이었다. 그들은 공자의 이상에 동참했고 점점 더 분열되는 정체(政體)에 도덕심을 회복시키겠다는

공자의 사명의식을,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공유했기 때문에 공자의 문하로 몰려들었다.

공자의 사명의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고 때로는 위험하기조차 했다.

공자 자신도 실직·향수·기아,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가 숭상하는 문화의 생명성과 그가 주창하는 학문적 태도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그 자신과 문하생들에게 하늘이 도와주리라고 확신시켰다.

()에서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졌을 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문왕(文王주나라의 창시자)이 돌아가 버리고 나서는 그가 이룩한 문화가 나한테 전하여져 있지 않으냐?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버리려 했다면, (나 같은) 뒤에 죽을 사람들이 이 문화에 관계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버리려고 하지 않는다면, 광의 사람들이 나를 어쩌겠느냐?"(子罕篇 5)

 

강렬한 사명의식에 불탄 나머지 이같은 자신감을 드러낸 것을 보고

공자의 인물됨이 교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자는 자신은 절대로 성현이 아니며, 자신이 남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뿐

(公冶長篇 27)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학문은 지식을 넓히고 자의식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도 알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타고난 지식인도 아니고 지식의 도움 없이 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아니라고 솔직히 시인했다.

자신이 귀를 활짝 열어놓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중에서 선한 것을 애써 행하며,

눈으로 두루 살펴 자신이 본 것을 마음속에 남겨놓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자의 학문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지식'(술이편 27)으로 대부분의 사람들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공자는 신에게 호소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선지자도, 진리를 환히 꿰뚫는 철학자도 아니었다.

단지 인()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자기실현이라는 길에 나선 여행자들 가운데 다소 앞선 지점에 있는

여행자일 뿐이었다.

 

인을 설파했던 공자는 인간을 위한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늙은이들은 편안하게 하여 주고, 벗들은 신용있게 대하도록 하여 주고, 젊은이들은 따르게 하여 주는 것이다."

(공야장편 25)

도덕사회를 세우기 위한 공자의 이상은 인간조건에 대한 전체론적 사상에서 출발한다.

자연 속에서의 인간조건 같은 추상적 이론을 펼쳐나가기보다는

어떤 특정한 때 주어진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 이해를 사상전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공자의 목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정치와 사회 내에서 인()을 배양하여

사회를 도덕적 공동체로 개조시키는 것이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자들의 공동체, 즉 군자의 모임이 필수적이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군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도량이 넓고 꿋꿋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소임은 중대하고 갈 길은 멀다.

인자함을 이룩하는 것을 자기의 소임으로 하니 또한 중대하지 아니한가?

죽은 후에라야 끝나니 또한 갈 길이 멀지 아니한가?"(泰伯篇 7)

 

공자는 인을 성취하는 과정이 "자기를 극복하는 예()로 돌아가는 것"(顔淵篇 1)이라고 정의했다.

공자는 자기 변모와 사회 참여라는 2가지 사항을 강조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는 충(엄격)으로, 남에게는 서(너그러움)로 대할 수 있었다(里仁篇 15).

실제로 공자는 억측·장담·고집·이기심의 4가지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자한편 4).

 

이렇게 볼 때 유교의 황금률이 왜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衛靈公篇 23)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원한 윤리적 교훈이 들어 있는 공자의 유업은 인()을 얻기 위한 배움이 공동체적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평범하고 실제적인' 인식에 잘 나타나 있다.

 

"인자한 사람은 자기가 나서고 싶으면 남을 내세워 주고 자기가 발전하고 싶으면 남을 발전시켜준다.

가까운 자기를 가지고 남의 입장에 비겨볼 수 있다면 그것이 인()의 올바른 방향이라 하겠다."

(옹야편 28, 이상 논어인용부분은 차주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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