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처사 육회

甘冥堂 2022. 9. 28. 07:26

육회
생선이나 쇠고기 육회가 아니라
여섯가지 후회되는 일이다.

세상 살면서 어찌 후회되는 일이 없으리오마는
가을로 접어드니 오만 가지 생각이 가슴을 흐리게 한다.

處士 六悔

첫째.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하고 동생들을 보살피지 못한 것.
둘째.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청춘의 꽃몽우리.
세째. 작은 집 한 채 겨우 마련한 것이 재테크의 전부.
네째. 신언서판 모든 것이 부족하여 오죽하면 '五欠 (오흠)'이란 호까지 지었을까?
다섯째.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무재주.
여섯째. 인간관계 시원치 못하여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는 한심한 신세.


글을 쓰면서도 한숨이 난다.
이런 인간이 지금껏 살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허기야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기적을 믿었다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흔하디 흔한 기적일지도 모른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신 좀 가다듬고 마지막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허나, 어쩌지?
일모도원이라
해는 이미 산등성이를 넘어가는데...

춘심아!
골치 아픈데 육회에 술이나 한 잔 하자꾸나.
구름과 희롱하다 노을 속에 잠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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