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十四夜와 旣望

甘冥堂 2022. 10. 15. 09:44

열나흘 밤 장씨 누각에서 달구경하다(十四夜觀月張氏樓)
/ 송 임일룡(林一龍)

추석에서 하룻밤만 남은 저녁에
달빛은 맑은 한기 조금 드무리
사람들은 채움 비움 뜻도 모르고
보름달 아니면 안 보려 하네

只隔中秋一夕間,
蟾光應未少淸寒.
時人不會盈虛意,
不到團圓不肯看.

열닷새 보름달을 중심으로 열나흘 달과 열엿새 달은 크기에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름달에 환호한다. 하루 차이뿐인데도 말이다.
오늘 열나흘 달을 올려다 봐도 황금빛 달빛이 보름달에 비해 크게 손색이 없다.
오히려 조금은 풋 익은 모양이 더 생기 있고 싱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뿐 아니라 동서고금의 다양한 시를 살펴봐도
열나흘 달을 읊은 작품은 드물다. 이 시가 그런 희귀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열엿새 달밤을 노래한 작품은 그래도 더러 눈에 띄는 편이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송나라 소식의 「적벽부」다.

"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새,
소자는 손님과 더불어 적벽 아래에서 노는데,
청풍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는다.
(壬戌之秋, 七月旣亡,
蘇子與客, 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이 작품에 나오는 기망(旣望)이 바로 열엿새다.
열닷새가 보름 즉 망(望)이므로 열엿새는 이미(旣) 보름(望)이 지났다고 하여 기망(旣望)이라고 한다.
달 크기로 말하자면 보름달보다 기망달이 더 크다고 한다.
달의 이치를 채움과 비움의 반복이라고 보면,
기망달은 채움이 극에 달해 비움으로 나아가는 첫날인 셈이다.

소식의 「적벽부」가 무정한 세월 속 유한한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으므로
작품의 시점이 보름보다는 기망이 되는 것이 훨씬 작품의 주제에 잘 부합한다.
하지만 열나흘은 아직 보름을 앞두고 있으므로 기대와 희망이 남아있다.
완전한 채움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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