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磬 (풍경)/정호승(1950∼)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바람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그것을 시인들은 몹시나 좋아한다.
그 까닭은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우선, 바람은 알지 못할 곳에서 출발해서는 스치듯 금세 사라진다.
곰곰이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고, 운명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모두 알지 못할 곳에서 시작되고, 분명히 존재했다가, 찰나(刹那)인 듯 지나가버린다.
그러니까 바람은 우리가 경험하는 뭔가와 닮은 데가 있다.
(노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