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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부동산은 어떤 관계일까

甘冥堂 2023. 10. 7. 18:10

저출산과 부동산은 어떤 관계일까.

 

이번 달에 한 독자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텐데, 절대적 인구가 줄어든다면 집값은 장기적으로 하향 추세인지를 물었다. 또 다른 독자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소멸을 걱정할 만큼 인구 감소폭이 더 큰 상황인데, 지방의 신축 아파트를 사면 바보인가?”라고 질문했다.

 

저출산의 영향을 살피기 전에, 부동산 수요가 정확히 무엇인지 같이 이해했으면 한다.

부동산 수요는 인구 수로만 추정하면 되는 것일까?

 

필자가 사랑하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세계에서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인데, 그럼에도 이 도시 인구는

30년 전에 비해 무려 13%가 감소했다. 만약 인구 수가 부동산 수요의 유일한 요인이라면

인구가 줄어드는 이 도시의 부동산 매수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의 연구실이 만든 가격지수를 보면,

2013년부터 전 고점(202112)까지 누적 상승률은 193%에 이른다.

 

30년간 인구가 1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192% 오른 이 도시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다.

서울시 인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줄어왔다. 통계청 기준으로 19921093만명이었던 서울시 인구는

20161000만명이 깨지면서 993만명이 되었고, 2022년 인구는 948만명에 불과하다.

 

만약 인구 수가 부동산 수요의 유일한 요인이라면,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부동산 수요에서 인구 수 증가 혹은 가구 수 증가는 물론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좀 더 살펴볼 부분은

해당 도시의 경제 상황, 특히 도시 거주민의 실질소득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가이다.

 

극단적으로 연봉이 5000만원일 때 본인이 매입하고자 하는 드림 하우스와 연봉 10억원이 됐을 때 고려하는

아파트 가격 수준은 사뭇 다르다.

본인 소득이 갑자기 5배 혹은 10배로 올랐다면, 부동산 가격이 2배가 됐다고 한들 충분히 취득 가능한 수준이 된다.

따라서 서울과 같이 인구 정체 혹은 서서히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도시민 소득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소득은 인구 수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부동산 수요 요인이다.

 

그리고 소득과 더불어 살펴봐야 할 부분이 또 있다. 해당 도시를 둘러싼 지역의 잠재수요가 존재하는 지다.

서울은 인구 절대 수가 줄더라도 강력한 경제 기능이 존재하기에,

경기도와 인천 지역 주민 중 서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존재한다.

, 서울이라는 강력한 경제 허브는 다른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1920년대 경성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폭압적인 정책을 일부

완화하면서 조선인을 위한 근대 교육 시설들이 경성에 들어선 뒤였다. 지방 유지들이 자식들을 북촌 지역에 이주시키며

북촌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서울과 비슷한 상황은 아마도 세종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종시는 서울시에서의 이주 수요보다는 충남과 충북 일부 도시에서 이주하려는 강력한 잠재수요를 갖춘 도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모든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만약 해당 지역의 소득이 상승하고 광역 경제권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이 아니라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경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이 늘어나는 농촌 지역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21세기 경제는 플랫폼 경제 혹은 4차산업 경제를 근간으로 한다.

금융, 미디어, IT 등 강력한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 기능이 없는 지역이 인구마저 감소한다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런데 서울만큼은 아니겠으나, 각 도(혹은 광역 경제권)에는 강력한 경제 기능을 선도하는 도시들이 존재한다.

해당 도시가 속한 도의 절대적 인구 수는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농촌 지역의 인구가 그 도시로 이주하면서

해당 도시는 상대적 잠재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특정 도의 인구 감소는 농어촌 지역 인구 감소이며, 해당 도의 선도 도시는 경제 잠재력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최소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다만, 이런 지역이라 하더라도 부동산이 과잉 공급되는 경우 가격 하락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우리나라는 인구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인구 감소는 대세이다.

그럼에도 경제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은 절대적 인구 수보다는 소득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는 각 도의 선도 도시에도 적용된다.

다만, 토지가 매우 한정적이고 그린벨트로 둘러싸인 서울은 공급 부족이 이슈가 되면서

공급이 제때 발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방 도시는 소득이 늘더라도 주변에 상당한 부동산 공급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이 늘더라도 공급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

부동산 가격은 지역 경제 또는 지역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 수, 가구 수와 함께 소득수준, 그리고 지역 경제 허브 기능의 유무와 공급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