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엘라 휠러 윌콕스의 시

甘冥堂 2023. 12. 29. 14:10


고독 / 엘라 휠러 윌콕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슬프고 오래된 이 세상은 즐거움을 빌려야 할 뿐
고통은 자신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래하라, 그러면 산들이 화답하리라.
한숨지으라, 그러면 허공에 사라지리라.



운명의 바람 : 범선 / 엘라 휠러 윌콕스

한치도 다르지 않는 바람이 불어도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다른 배는 서쪽으로 간다.
이는 돌풍이 아니라
돛이 나아갈 방향을 잡기 때문이다.

바다에 부는 바람처럼 운명의 바람도 그러하다
삶의 여정에서
잔잔하거나 거센 바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다다를 목적지를 정하기에


엘라 휠러 윌콕스 Ella Wheeler Wilcox (미국, 작가, 시인 1850∼1919)
가난한 시골의 농부의 딸로 태어나 문학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8세 때부터 시를 쓰며 13세에는 출판을 꿈꾸며 여러 곳을 두드린다.
수없이 거절을 당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그녀의 가장 유명한 시집 ⸢정열의 시 Poems of Passion⸥(1883)-,

시인 중의 한명으로 결국 시를 통해 명성을 얻고 성공한다.


당신은 어느 쪽 인가 / 엘라 휠러 윌콕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두 부류의 사람이.

죄인과 성자는 아니다. 누구나 알듯이
선한 이에게 악한 면도 있고, 악한 이에게 선한 면도 있으니.

부자와 가난한 사람도 아니다. 부를 평하려면
양심과 건강상태를 먼저 고려해야 하므로.

겸손한 사람과 오만한 사람도 아니다. 짧은 인생에서
거만한 태도로 일관한 이는 사람으로 치지 않으니.
기뻐하는 사람과 슬퍼하는 사람도 아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삶에서
저마다 웃을 일도, 울 일도 생기는 법이므로.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짐을 짊어지는 사람과 짐을 지우는 사람을 말한다.

어디를 가든
언제나 이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나 이상하게도, 이런 사실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단 한 명이 짐을 짊어질 때
스무 명은 짐을 지운다는 사실을.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홀로 짐을 지고 가는 이의 짐을 덜어주는 쪽인가?

아님은 짐을 지우는 쪽인가?
당신이 감당해야 할 노동과 걱정과 고민까지
다른 사람이 대신 짊어지게 하지는 않았는가?



내 친구 / 엘라 휠러 윌콕스

내가 처음으로 '고통' 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난 거부감에 움츠려들었다, 마치 칼을 겨누고
찌를 것 같은 적을 만났을 때 그러듯이.
난 '즐거움' 과 '유익함' 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지나가도록 몸을 돌렸다.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악수해," 그는 말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하나야,
그러니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야, 그건 분명해."

난 그의 손이 내 손을 굳게 잡는 것을 느꼈다,
그건 내 온몸의 핏줄 속으로 강한 빛을 보냈다.
난 곧바로 내 팔을 그의 팔에 걸쳤고, 그리고 보라!
그는 날 이끌고 거의 신성한 기쁨으로 나아갔다,
종국에는 신의 위대한 진실로 내 영혼을 풍성하게 하였다,
그리고 난 이제 그를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긴다.


엘라 휠러 윌콕스의 이 시는 우리 삶에 있어서

마냥 즐거움과 기쁨만을 기대하며 살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오히려 '고통' (Pain)이야말로 우리 삶에 있어서 회피할 수 없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임을 시인은 시사하고 있다.

시인은 고통을 전적으로 부정적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우리 삶 내내 고통과 함께 하면서, 그것을 참고, 이겨내고, 극복함으로써,

우리 영혼이 '신성한 기쁨' (joys almost divine)을 얻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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