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口耳之學

甘冥堂 2024. 2. 3. 11:40

구이지학(口耳之學) - 들은 대로 남에게 전하는 학문

교육에 관해 전해지는 좋은 말은 많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敎學相長(교학상장), 斅學半(효학반) 등.
이렇게 교육의 깊은 뜻을 생각하지 않고 들은 것을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

남에게 전하기만 하는 학문은 제자에게나 스승에게나 도움이 될 수 없다.
귀로 들어가면 곧바로 입으로 나오는(口耳) 학문을 그래서 소인의 학문(之學)이라 했다.

 

효학반(斅學半) 남을 가르치는 일은 자기 학업의 반을 차지한다는 뜻으로,

학업의 반은 남을 가르치는 동안에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이다.(斅 : 가르칠 효(攴/16) 


性惡說(성악설)을 주창한 荀子(순자)는

자신의 몸을 갈고 닦아 덕을 쌓기 위해 배웠던 학문이 변질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배움을 오로지 남을 가르쳐 먹고 살기 위한 생활의 방편으로만 쓴다는 것이었다.

勸學篇(권학편)에서 말한 내용을 보자.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 사이는 네 치밖에 안 되는데, 어찌 일곱 자의 몸을 아름답게 하기에 족하겠는가
(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 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之軀哉/

소인지학야 입호이 출호구 구이지간 즉사촌이 갈족이미칠척지구재).'

軀는 몸 구. 즉 순자는 들은 것이나 배운 것을 깊이 새겨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겨를도 없이
즉시 남에게 그대로 전달해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자랑하는 것을 꼬집었다.

비슷한 뜻으로 남긴 孔子(공자)의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그대로 옮기는 것은 덕을 버리는 짓이다
(道聽塗說 德之棄也/ 도청도설 덕지기야)'라는 말이나

孟子(맹자)의 '사람의 병폐는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데 있다
(人之患 在好爲人師/ 인지환 재호위인사)'고
남 앞에서 아는 체하기를 좋아하는 소인을 꼬집었다.

옛글을 외우고 다음 질문만 기다리는 記問之學(기문지학)이나
외워서 읊기만 하는 記誦之學 (기송지학)도 옳은 학문의 태도가 아님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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