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甘冥堂 2024. 2. 6. 08:13

인생 8할은 운

능력주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의사 출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정책학 교수 김현철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는 사실을 경제학자가 이야기하니, 왠지 위로가 된다.

"사실이다."

한때 나도 능력주의의 신봉자로 전력 질주했지만, 살아보고 8할이 운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데이터가 말해준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된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자라난 환경이 1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

입양아와 친자의 소득 추적 통계로 밝혀진 사실이다.

 

나머지가 살면서 만나는 행운과 불운, 은인과 악연이 크로스 되는 거다.

운 좋게 대학에 간 것, 사소한 기적들⋯,

따지고 보면 노력과 집중할 힘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에서 나온다.

순수한 내 능력과 노력은 제로에 가깝다.”

 

당신 운은 어땠나.

"나도 운이 좋았다. 의과대학 입학도 경제학과 박사 시험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인지 범위 바깥의 기적이다.

아이비리그 교수가 된 것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마침 그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28세에 공중보건 의사로 노인들을 진료하다 '왜 가난한 사람은 더 아픈가?'라는 질문을 만났다.

사회의 병을 고치고 싶어서 경제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것도 행운이다.

실증주의 경제학자는 통계와 현장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나는 그때 이미 시골 왕진 의사로 현장에서 훈련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경제학 석사과정 중이던 김현철은 무작정 제네바로 날아가 세계보건기구(WHO) 총재를 인터뷰했고,

그의 주선으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를 만났다.

빈곤국의 보건과 재건에 힘쓴 김용 전 총재를 만난 것도 운명의 전환점이 됐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경제학을 계속하라는 김용 전 총재의 권유로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코넬대 교수로 재직하며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보건 정책 분야 현장 실험을 이어갔다.

 

결정적 순간마다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았기에

인생은 능력보다 운에 좌우된다는 수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능력보다 운에 좌우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왜 중요한가.

"능력주의의 함정이 '네가 게으른 탓'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내 성취가 내 능력보다 운에서 왔다는 걸 알면 겸손해진다.

처지가 곤란한 사람을 향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탓하기에 앞서 '나보다 운이 없었구나'라고 인정하게 된다.

'나는 운이 좋고 너는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인정해야 약자를 보듬는 품이 생긴다.

우리는 지금 '고부담 고복지' 국가로 가야 할 전환점에 있다.

 

미국은 빌 게이츠 같은 존경받는 부자가 많고, 그런 개인의 기부 문화의 힘으로 굴러간다.

유럽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복지 국가를 실현했다.

어느 여정으로 가든 ‘내가 이룬 것은 다 내 노력 덕’이라는 함정에서 나와야 시작할 수 있다.”

 

명문대생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것이 장기적인 복지 국가로 가는 데 도움 될 거라고 했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나온 제비뽑기 대학 입시를 예로 들면서 말이다.

대학 입시를 제비로 뽑는단 말인가.

"제비가 운이다. 인생 8할이 운이다. 몇억원이 걸린 아파트도 '로또 청약'이라며 제비로 뽑지 않나.

 

자연이 만든 제비뽑기는 놀랍지 않은데, 대학 입시라고 못 할 게 있을까.

내가 교환 학생으로 머물렀던 스웨덴, 네덜란드는 상위 5% 중에서 의과대학 입시를 제비로 뽑는다.

문제 한 개 더 맞고 틀리는 걸로 줄 세우지 않는다. 시험도 모르면 찍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커트라인 정해서 한 개 틀리면 합격하고 두 개 틀리면 불합격하면, 나쁜 스트레스만 가중된다.

명문대 지원자 중 합격자 대비 3배수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비를 뽑는 게 더 건강한 해법일 수 있다.

한 문제로 당락이 결정되니, 수능 끝나면 킬러 문항으로 시비가 붙는다.”

 

책을 보면 흥미로운 데이터가 많다.

'사립고 출신 남성'에게 '명문대 임금 효과'가 몰려있었다는 통계나

성적도 비만도도 룸메이트의 영향을 받는다는 '친구 효과'도 인상적이었다.

"학력 과실을 따 먹는 것조차 불평등하다.

65세 이상 남성은 지금 특정 사립고 출신이 임원 승진과 고소득의 과실을 거의 따먹었다.

친구 효과는 유유상종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무작위로 배정된 룸메이트에 따라 학점과 체중까지 달라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친구는 배우자인데,

배우자에 따른 행운과 불운 연구는 현재로선 샘플 측정이 불가능하다(웃음)."

 

이코노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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