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호작질과 저지레

甘冥堂 2024. 3. 28. 20:26


호작질

손장난? 아니 ‘호작질’
‘호작질’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풀이되어 있다.

호작-질「명사」→ 손장난.

≪표준국어대사전≫의 화살표(→)는 ‘표준어 뜻풀이 참고’의 뜻이다.
이 풀이에 따르면 ‘호작질’은 ‘손장난’이라는 표준어에 대응하는 사투리다.

그러나 나는 손장난보다는 ‘호작질’이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고 또 정겹다.
‘호작질’은 ‘호작’에다 접미사 ‘-질’이 붙은 형태인데
‘호작’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

호작이라는 이름은 호작질이라는 경상도 사투리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쓸데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을 칭하는 말이다.

어느 카페에 보니 글솜씨 좋으신 분이
자신의 글을 올리면서 '호작질'이란 표현을 썼다.
매우 겸손하신 분이라 생각했다.


저지레

호작질만큼 정겹고 익숙한 낱말로 ‘저지레’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다.

저지레「명사」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저즈레←저즐-+-에】

말하자면 ‘저지레’는 일종의 실수다.
그건 큰일일 수도 있고 아주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지레’의 의미는 결정적이거나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실수와는 거리가 멀다.
그 실수가 빚어지는 과정에 어떤 악의도 개입되지 않는다.

부모님이 쓰던 물건을 가지고 놀다가 그걸 부러뜨리거나,
실수로 동무 집에 갔다가 무언가를 밟아서 망가뜨리는 일 따위가 ‘저지레’다.
좀 자라서 동무들과 다투어서 상처를 내거나 드잡이질을 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지는 일도
‘저지레’에 포함된다.

“이 녀석, 또 저지레를 했구나.”
“쉴 새 없이 저지레를 해 쌓아서 큰일이야.”

등으로 말할 때 쓰는 ‘저지레’는 말하자면 일종의 자그마한 ‘성장통’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성장의 길목을 지나서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이 되어간다.
상황에 따라 이 ‘저지레’는 좀 더 심각한 일이 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도 부정적인 악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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