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獄詠蟬並序 / 作者:駱賓王
<在獄詠蟬 序>
余禁所禁垣西(여금소금원서),是法廳事也(시법청사야)。
有古槐數株焉(유고괴수주언),雖生意可知(수생의가지),
同殷仲文之古樹(동은중문지고수),而聽訟斯在(이청송사재),
即周召伯之甘棠(즉주소백지감당)。
每至夕照低陰(매지석조저음),秋蟬疏引(추선소인),
發聲幽息(발성유식),有切嘗聞(유절상문);
豈人心異於曩時(기인심이어낭시),將蟲響悲於前聽(장충향비어전청)?
嗟乎(차호)!聲以動容(성이동용),德以象賢(덕이상현),
故潔其身也(고결기신야),稟君子達人之高行(품군자달인지고행);
蛻其皮也(태기피야),有仙都羽化之靈姿(유선도우화지령자)。
候時而來(후시이래),順陰陽之數(순음양지수);
應節為變(응절위변),審藏用之機(심장용지기)。
有目斯開(유목사개),不以道昏而昧其視(불이도혼이매기시);
有翼自薄(유익자박),不以俗厚而易其真(불이속후이역기진)。
吟喬樹之微風(음교수지미풍),韻資天縱(운자천종);
飲高秋之墜露(음고추지추로),清畏人知(청외인지)。
僕失路艱虞(복실로간우),遭時徽纆(조시휘묵),
不哀傷而自怨(불애상이자원),未搖落而先衰(미요락이선쇠)。
聞蟪蛄之流聲(문혜고지류성),悟平反之已奏(오평번지이주);
見螳螂之抱影(견당랑지포영),怯危機之未安(겁위기지미안)。
感而綴詩(감이철시),貽諸知己(이제지기)。
庶情沿物應(서정연물응),哀弱羽之飄零(애약우지표령);
道寄人知(도기인지),憫餘聲之寂寞(민여성지적막)。
非謂文墨(비위문묵),取代幽憂云爾(취대유우운이)。
내가 갇혀 있던 곳의 감옥 담 서쪽은 법관들이 공무를 처리하는 곳이었다.
늙은 홰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살려는 기운이 있음을 알 수는 있었지만
은중문(殷仲文)의 늙은 나무와 똑같았고 여기서 송사를 처리하니
주나라 소백(召伯)의 감당나무인 셈이었다.
매양 저녁노을이 낮게 깔린 나무 그늘에 비출 때면 가을 매미가 계속 우는데,
소리가 깊이 탄식하는 것 같아서 일찍이 들었던 것보다 더 간절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이 종전과 달라서
혹 벌레 소리가 이전에 듣던 것보다 슬퍼서였을까?
아! 매미 우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 덕은 현자를 닮았다.
그러므로 자기 몸을 깨끗이 하여
군자(君子)·달인(達人)의 고귀한 행실의 자품(資稟)을 갖추었고:
자기 허물을 벗어 신선이 사는 곳으로 날아오르는 신령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때를 기다렸다 나타나 음양의 법칙을 따르고;
계절에 맞춰 변화해 출처의 기회를 잘 살핀다.
눈은 항상 뜨고 있어서
세상의 도(道)가 어둡다고 하여 보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날개는 저절로 얇아서 세상 풍속이 후하다고 하여 그 참됨을 바꾸지 않는다.
높은 나무에서 미풍을 맞아 읊조리니 소리는
하늘이 준 훌륭한 품성을 바탕으로 하고,
높은 가을 하늘에서 내린 이슬을 마시니
자신의 맑음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한다.
나는 길을 잃고 어려움과 근심 속에 있다가 감금되는 때를 만나게 되었다.
슬퍼하고 가슴아파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원망하니,
가을이 되기도 전에 먼저 쇠락한 꼴이었다.
처량하게 우는 가을 매미 소리를 듣자니
평번(平反)하라는 주의(奏議)가 올라간 것을 알겠으나,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는 사마귀 그림자를 보니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겁난다.
느낀 바가 있어 시를 지어 지기(知己)에게 준다.
정이란 사물에 따라 응하는 것이니
가냘픈 날개가 나부껴 떨어짐을 슬퍼해주길 바라며,
이 말을 남에게 부쳐 알리노니
남은 소리가 적막해지고 말았음을 가여워해 주기 바란다.
글 자랑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고 깊은 근심을 가져와 대신한 것이다.
○ 法廳事(법청사) : 법조청사(法曹廳事)로 쓰기도 한다. 법을 담당하는 관리들이 공무를 보는 곳을 말한다.
○ 殷仲文之古樹(은중문지고수) : 은중문(殷仲文)이 늙은 나무를 보고 탄식했다는 고사를 쓴 것이다. 은중문(殷仲文)은 동진(東晉) 때 사람이다. 그가 대사마(大司馬) 환온(桓溫)의 부중(府中)에 갔다가 늙은 홰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가지와 잎이 무성했는데 나무를 한참 동안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이 나무는 무성하긴 하나 다시 살려는 기운이 없구나.[此樹婆娑 無復生意]” 여기서는 이 고사를 빌려 ‘無復生意(무복생의)’한 자신의 처지를 빌어 뜻을 얻지 못한 심정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은중문(殷仲文)의 고사(故事)는 ≪世說新語(세설신어)≫ 〈黜色(출색)〉편에 보인다.
○ 周召伯之甘棠(주소백지감당) : 주나라 소백(召伯:召公)의 감당나무를 말한다. 주나라 소공(召公)을 찬미한 ≪詩經(시경)≫ 〈召南(소남) 甘棠(감당)〉 시에 전거(典據)를 두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주나라 때의 소공(召公)은 소송을 들을 때 백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감당나무 아래에서 판결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홰나무를 감당나무에 비유해 자신이 판결받는 곳을 나타낸 것이다.
○ 疏引(소인) :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우는 것을 말한다.
○ 曩時(낭시) : 지난번
○ 淸畏人知(청외인지) : ≪晉書(진서)≫ 〈良吏(양리) 胡威傳(호위전)〉에서 취해 온 말이다. 진 무제가 호질(胡質)의 충성과 청렴을 중하게 여겼는데 한번은 호질의 아들 호위(胡威)에게 아버지와 자신 가운데 누가 더 청렴한지 묻자, 호위가 대답했다. “제가 아버지보다 못합니다. 아버지는 청렴을 남이 알까 두려워하고 저는 청렴을 남이 알아주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臣不如也 臣父淸恐人知 臣淸恐人不知]” 이는 매미의 깨끗함을 사람에게 빗대어, 고결한 본성을 지키며 이름을 구하지 않고 남들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 徽纆(휘묵) : 죄인을 묶는 줄을 말한다.
○ 聞蟪蛄之流聲(문혜고지류성) 悟平反之已奏(오평반지이주) : 혜고(蟪蛄)는 매미 종류로 ≪莊子(장자)≫ 〈逍遙遊(소요유)〉에 “혜고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蟪蛄不知春秋]”는 말이 있다. ‘蟪蛄(혜고)’는 여름 한 철만 살기 때문에 짧은 수명을 비유할 때 쓴다. 평번(平反)은 판결을 바로잡는다는 말로 ≪漢書(한서)≫ 〈雋不疑傳(준불의전)〉에 보이는 고사(故事)에서 가져왔다. 준불의(雋不疑)가 경조윤(京兆尹)이 되어 죄수들을 조사하고 돌아올 적마다 그의 어머니는 “이번에는 평번(平反)을 해서 몇 사람이나 살렸느냐?”고 물었는데, 준불의(雋不疑)가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 많다고 하면 어머니는 기뻐하여 웃으면서 음식을 먹고 말하는 것이 다른 때와 달랐다.[多有所平反 母喜笑爲飮食 言語異於他時]”고 한다. 平反은 ‘평번’으로 읽는다. 두 구절을 풀이하자면 혜고의 울음소리를 듣고 삶이 짧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준불의(雋不疑)의 어머니가 판결을 바로잡으면 왜 기뻐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 깨닫는다는 말로 보인다.
○ 奏議(주의) : 임금께 아뢰어 의논(議論)함, 또는 그 의견서(意見書)
○ 螳螂之抱影(당랑지포영) : ≪後漢書(후한서)≫ 〈蔡邕傳(채옹전)〉에 이와 관련된 고사(故事)가 보인다. 채옹이 이웃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한 나그네가 거문고[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채옹이 그 집 문에 가 한 번 몰래 듣다가 “아, 음악소리로 나를 불렀으면서 해치려는 마음이 있음은 어째서인가.[嘻 以樂召我 而有殺心 何也]” 하고는 가버렸다. 주인이 금방 쫓아 나와 채옹에게 이유를 묻자 채옹이 그 까닭을 말해주었다. 거문고 타던 이가 이를 듣고는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거문고를 타는데 사마귀가 우는 매미를 막 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매미가 날아가려 하면서 아직 날지 않고 있었는데 사마귀가 그 때문에 한 번은 나갔다 한 번은 물러섰다 하니, 내 마음은 잔뜩 긴장해서 사마귀가 매미를 놓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였다. 이 어찌 해치려는 마음이 소리에 드러난 것이 아니겠는가.[我向鼓琴 見螳螂方向鳴蟬 蟬將去而未飛 螳螂爲之一前一却 吾心聳然惟恐螳螂之失之也 此豈爲殺心而形于聲者乎]”
○ 聞蟪蛄之流聲……怯危機之未安(겁위기지미안) : 이 문장의 뜻은, 매미 소리를 듣고 平反(평번)의 희망을 가졌는데, 그 매미를 잡으려는 사마귀 그림자를 보고 겁을 먹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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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陸蟬聲唱(서륙선성창), 南冠客思侵(남관객사침).
那堪玄鬢影(나감현빈영), 來對白頭吟(내대백두음).
露重飛難進(노중비난진), 風多響易沉(풍다향역침).
無人信高潔(무인신고결), 誰為表予心(수위표여심).
가을 하늘에 매미 소리 울려
죄수는 낯선 곳에서 고향 생각 깊어지누나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검은 머리 매미가
흰머리에게 와 노래하는 것을
이슬 무거워 날아가기 어렵고
바람 많아 소리는 쉽게 가라앉는구나
아무도 고결함 믿어주지 않으니
그 누가 내 마음 드러내줄까
<원문출처> 在獄詠蟬並序 / 作者:駱賓王 唐
本作品收錄於:《唐詩三百首》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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