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과피지(西瓜皮舐) - 수박 겉 핥기, 내용도 모르면서 겉만 건드리다.
여름철에 인기 있는 과일 수박은 재배 역사가 오래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가꿔져 왔고, 우리나라에선 조선 燕山君(연산군)때 기록이 있어 그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름도 西瓜(서과), 水瓜(수과), 寒瓜(한과), 時瓜(시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수박은 껍질이 두꺼워 벗기고 먹어야 하는데 겉만 핥고서는(皮舐) 맛을 알 수 없다.
‘수박 겉 핥기’란 속담과 같은 이 말은 사물의 속 내용은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일을 비유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거나 일을 차근차근 하지 않고 건성으로 하는 것을 꾸짖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旬五志(순오지) 외에
正祖(정조) 때의 실학자 丁若鏞(정약용)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 纂은 모을 찬)’도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말이다.
표지 이름이 埜言(야언, 埜는 들 야)인 이 책은 모두 241수의 속담을 한자 8자로 표현하고
그 아래 한문으로 뜻을 적어 놓아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내용을 보자.
‘수박의 겉을 핥는 것은 속의 좋은 맛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고 알려 한다면 옳지 못하다
(西瓜外舐 不識內美
言人不可以外貌知也
(서과외지 불식내미 언인불가이외모지야).’
잘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교훈의 속담과 성어는 이외에도 숱하다.
‘개 약과 먹듯 한다’는 개가 약과의 참맛을 알 수 없으니 如狗食藥果(여구식약과)라 한다.
‘후추를 통째로 삼킨다’란 말도 내용은 모르고 겉만 취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약간 어려운 囫圇呑棗(홀륜탄조)라 했다. 囫은 온전할 홀, 圇은 완전할 륜.
대추를 통째로 삼켜 역시 자세히 분석하지도 않고 받아들임을 꼬집었다.
‘봉사 단청 구경’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 아름다운 그림이나 무늬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물의 참된 모습을 보지 못한다고
盲玩丹靑(맹완단청)이라 했다.
실력을 닦지 않고 별로 든 것이 없는 사람이 앞에 나서 떠벌리면 되는 것이 없다.
바로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瓦釜雷鳴(와부뇌명)도 같다.
모든 것을 안다고 우쭐대던 사람이 자리를 잡고 막상 일을 맡고서는 하는 일마다 서투르기 짝이 없다.
전문가 아닌 사람이 정책을 펴다 일이 꼬이니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光而不耀(광이불요)라고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맛도 모르면서 수박 겉만 핥는 일이 너무 잦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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