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防民之口 甚于防川

甘冥堂 2024. 8. 22. 19:15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于防川) -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인 언론의 자유를
'도덕적으로 필요한 생명의 공기'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공기를 차단하면 바로 질식하듯이 말이나 행동으로, 또는 글로 자신을 나타내지 못하면 자유가 없는 암흑세계나 다름없다. 민주사회에선 이런 자유가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백성들의 말을 못하게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어렵다
(防民之口 甚于防川/ 방민지구 심우방천)‘는 말로
까마득한 옛날 중국 周(주)나라에서 관련 성어가 기록으로 전하니
기본인권의 중요성을 알만하다.

商(상)나라의 폭군 紂王(주왕)을 내쫓고 武王(무왕)이 세운 주나라는 초기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러다 10대 厲王(여왕, 厲는 갈 려)에 이르러 백성들의 탄압이 극심했다. 사치스럽고 잔인하며 이익만 좇는 왕에게 제후는 조회를 오지 않았고,
나라 사람들은 그를 비방했다.
그러자 여왕은 衛巫(위무)란 사람에게 점을 쳐 욕하는 백성들을 색출하게 한 뒤 잡히는 대로 처형했다.
감히 입을 여는 백성들이 없어지고 이들은 길에서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道路以目(도로이목)의 나날이 계속됐다.
그제야 여왕은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진 것은 정치를 잘했기 때문이라며 기고만장했다.

그때 충신 召穆公(소목공)이 나서 이는 비방을 막은 것에 불과하다며 간언했다.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냇물을 막았다가 무너지면 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防民之口 甚于防川 川壅而潰 傷人必多/ 방민지구 심우방천 천옹이궤 상인필다).'
壅은 막을 옹, 潰는 무너질 궤.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여왕은 쫓겨나 숨어살다 죽었다.
左丘明(좌구명)의 역사서 ’國語(국어)‘ 周語上(주어상)에 실려 있다.

’史記(사기)‘ 周本紀(주본기)에는 防民之口 甚於防水(방민지구 심어방수)로 나와 있고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衆口難防(중구난방)이란 말도 처음엔 같은 뜻이었다.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말을 막을 수는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실정을 감추려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도 구전으로, 秘話(비화)로 대중에겐 더 잘 전달된다.

가장 민주화됐다고 자부하는 정권에서 공익제보와 같은 내부 폭로가 잇따랐는데
대처는 이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비밀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막을수록 새나가기 마련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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