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三日修心千載寶

甘冥堂 2024. 11. 3. 05:47

三日修心千載寶(삼일수심천재보)

15살 소년이 절에 놀러갔습니다.
절에 있는 동자승이 그에게 명구(名句)하나를 읊었습니다.

"삼일수심(三日修心) 천재보(千載寶)요,
백년탐물(百年貪物) 일조진(一朝塵)이다."
뜻을 풀면 이렇습니다.
사흘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

소년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큰 감동도 받았으며,
자신이 갈 길이 바로 이 길임을 직감했습니다.
소년은 그 길로 몰래 집을 나와 출가를 하는데,
15살 소년의 자발적 출가였습니다.
그 소년은 불교계에서 강백(講伯)으로 이름이 높은 무비(無比)스님입니다.
15살 소년은 이제 79살의 노승이 되었지요.

예전에 카톨릭에서 주관한 '죽음체험피정'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이 관속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관 뚜껑이 닫히고
그 속에서 5분가량 있다가 나온 사람마다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그걸 쭉 지켜보던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저들은 무엇을 본 것일까?
저들은 왜 눈물을 흘리는 걸까?

저는 취재 수첩과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줄을 섰지요.
제 차례가 왔고, 저도 관 속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곧이어 관 뚜껑이 닫혔습니다.

관 뚜껑과 관, 그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란 빛이 들어왔기에
아주 캄캄한 어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관 뚜껑 위로 천이 덮였습니다.
그러자 빛이 하나도 없는 완전한 어둠속에 제가 누워 있었습니다.
'아 ~, 여기가 무덤이구나!'

공간은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고 관 속과 관 바깥은 달라도 아주 달랐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관 바깥세상에 있는 어떠한 것도 이 안으로 가지고 올 수가 없구나."

관 바깥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요.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내가 하는 일, 내가 늘 보고 읽는 책, 내가 아끼는 이런저런 물건들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물건도, 관 속으로 가지고 들어올 순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남는 걸까?
관 속에 누워있는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 물음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겠더군요.

"아! 마음이구나. 죽어서 관 속에 누운 나에게 남는 것은 마음이고,
이 관 속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것도 마음 뿐이구나 ~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잘 살아야지, 마음을 잘 가꾸며 살아야지."

무비 스님의 출가담을 들으면서,
저는 관 속에 누웠던 '죽음 체험 피정'이 떠올라서 몇 자 올려 봤습니다.

사흘 닦은 마음이 천년의 보배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구절에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왜냐고요?
죽은 뒤에 내가 가져가는 건 마음 뿐이라는 걸 절감했으니까요.

아무리 빛나는 보석과 좋은 자동차도, 좋은 집도 가지고 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오직 하나, 나의 마음만 가지고 갈 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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