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서정주 (1915∼2000)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香氣菊花 취하다.
국화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일찍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지칭되어 왔다.
뭇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여름에 피지 않고
날씨가 차가워진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국화의 모습에서
한국의 선인 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하였던 것이다.
(사군자는 한국의 선인들이 발견한게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것..)
그래서 국화를 일컬어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도연명(陶淵明)이 국화를 가장 사랑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무숙(周茂叔)ㅡ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지은일자야(菊花之隱逸者也)"라고 하였다.
국화는 군자 가운데서도 '은둔하는 선비'의 이미지에 잘 부합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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