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을 기부한다고 아들이 입던 양복 6벌을 베란다에 쌓아놓았다.
내가 보기엔 멀쩡한 것 같은데
아들은 너무 오래되고 낡아 못 입는다는 것이다.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바지 하나를 입어봤다.
신장 차이가 나니 길이만 좀 길뿐
시골에서 입고 작업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 같다.
마누라도 입을만하다고 한다.
이리하여 순식간에 바지 6개가 생겼다.
길거리에서 파는 옷보다 한결 품위(?)도 있어 보이고
재질도 그럴듯하여 만족스럽다.
마누라 일만 남았다.
바지 길이를 치수에 맞게 잘라 꿰매는 일도 만만치 않다.
수선집에 맡기면 3~4만 원은 들어야 하는데
헌 옷에 그만한 비용을 들이기에는 너무 돈이 아깝단다.
내 키만 좀 컸으면 윗도리도 입을 텐데, 아쉽다.
헌옷 기부. 아주 적합한 곳에 기부를 잘한 것 같다.
옷을 입어보며 이런 시가 생각난다.
지하철 지축역에서 본 것 같기도 한 가슴 뭉클한 시다.
아들의 옷 / 김유제
아들이 입다가
작아져 두고간
티셔츠를 입고 작업을 한다
힘이 난다
함께하니 힘이난다
든든하여 힘이난다
아들의 옷은
바위 부수는 철갑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