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에 큰 눈 내려 숯값이 올랐기로
찬 병에 든 술을 언 손으로 따라 마시네
장에 들어가면 절로 따뜻해진다는 걸 그대는 아시는가
두고 보시게나 이제 곧 얼굴이 붉어질 테니
冬日與客飮冷酒戱作 (동일여객음냉주희작)..李奎報(高麗)
雪滿長安炭價擡 / 설만장안탄가대
寒甁凍手酌香醅 / 한병동수작향배
入腸自暖君知不 / 입장자난군지불
請待丹霞上臉來 / 청대단하상검래
술 마시는 데에도 법도가 있다.
청주는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규보는 한겨울 눈이 오는 날
장안의 숯값이 비싸다는 것을 핑계로
찬 병에 들어있는 술을
추워서 곱은 손으로 따라 마신 것이다.
뱃속에 들어가면 어차피 덥혀질 것이고
취기가 돌면 매한가지 아니겠느냐는 속셈이다.
그러나 큰 눈이 내려 숯값이 비싸서라는 것은 둘러대는 핑계일지니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술을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시제에도 그 뜻이 드러나 있다.
발상 자체가 자못 유쾌하다.
香醅(향배) : 향기롭게 잘 익은 술
丹霞(단하) : 붉은 노을, 여기서는 얼굴에 피어오른 술기운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