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盜泉之水

甘冥堂 2026. 3. 25. 07:08

도천지수(盜泉之水) – 도둑샘의 물, 처지가 어려워도 부정한 짓은 않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한 이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고 하듯이 
이름이 명예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좋다고 지어준 이름이라도 
김치국, 여인숙, 심말연 등 의미가 나쁘거나 수치감을 느끼게 한다면 
개명을 해 주는 세상이다. 

사물도 마찬가지다. ‘꼴 보고 이름 짓는다고 
분수를 알고 격에 맞아야 많이 부르고 오래 간다.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줘 
아름다운 꽃이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김춘수 시인은 읊었다.

孔子(공자)가 아름답지 않은 이름을 가진 것에는 다가가지도 않았다는 대표적인 것에 도둑의 샘(盜泉)이 있다. 
우물의 이름에 도둑이 들어 있으니 아무리 목말라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의 
渴不飮 盜泉(갈불음 도천수)란 말을 줄인 것이 이 성어다. 
제아무리 괴롭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도 부정과 불의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처신에 조심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먼저 중국 西晉(서진)의 문인 陸機(육기, 260~303)가 지은 시 ‘猛虎行(맹호행)’을 보자.
 秦漢(진한)이후 중국의 대표적인 시문을 모은 ‘文選(문선)’에 실려 있다. 

渴不飮盜泉水 (갈불음도천수)  아무리 목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熱不息惡木陰 (열불식악목음)  아무리 더워도 악목의 그늘에서 쉬지 않노라
惡木豈無枝    (악목개무지)     나쁜 나무인들 어찌 그늘이 없겠나마는
志士多古心    (지사다고심)     뜻있는 선비에게는 고심이 많구나

이보다 앞서 前漢(전한)의 劉向(유향)이 편찬한 설화집 ‘說苑(설원)’에는 
공자와 효자인 曾子(증자)가 관련고사에 등장한다.

증자는 날이 저물어도 승모라는 마을에 들지 않았고,
공자는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았다
邑名勝母 曾子不入 (읍명승모 증자불입)
水名盜泉 孔子不飲   (수명도천 공자불음) 

모두 그 이름을 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 했다.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자면 여러 가지 유혹과 난관이 많기 마련이다. 
이름이 올바르지 않은 것에는 아무리 자신의 처지가 곤궁하더라도 
도움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곧잘 잊는다. 
또 정의를 수호하는 법원과 검찰, 안보를 책임지는 군부 등 이름이 멋지게 잘된 기관에서 
명예를 더럽히는 사람도 나타난다. 
처음의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일관해야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서진(西晉) 육기(陸機 260-303) <사나운 범의 노래(猛虎行/맹호행)> 구

渴不飮盜泉水(갈불음도천수) 아무리 목말라도 도둑 이름 붙은 샘의 물은 마시지 않고
熱不息惡木陰(열불식악목음) 아무리 더워도 악한 이름 붙은 나무의 그늘에서 쉬지 않으니
惡木豈無枝(악목개무지) 나쁜 이름의 나무인들 어찌 가지가 없겠나마는
志士多苦心(지사다고심) 뜻있는 선비에게는 괴로운 마음이 많구나.


전한(前漢) 유향(劉向) 《설원說苑)》구

邑名勝母(읍명승모)  날이 저물어도 승모(어머니를 이긴다)라는 이름의 마을에는 
曾子不入(증자불입) 증자는 들지 않았고
水名盜泉(수명도천) 목이 말라도 도천(도두 이름 붙은 샘)의 물은
孔子不飲(공자불음) 공자는  마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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