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읍니다.
'그 색기 말야. 존나 재수 없어.'
'아, 씨바...'
학생들의 대화치고는 너무 어이가 없읍니다. 그것도 여고생 입에서 말입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은 어느 정도 욕이 섞여야 동료의식도 생기고 대화가 잘 된다고 합니다.
몇년전에 '노사모'라는 아주 훌륭한 단체가 회자 되고 있을 때,
개를 사랑하는 모임을 '개사모'라고 했다가 주위 친구들한테 국가개념이 없는 놈이라고
엄청 핀잔을 들은 적이 있읍니다.
그에 더하여 보신탕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가 '개좋사모'.를 결성하려다가 거의 맞아 죽을뻔 한
적도 있었읍니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개좋사모'는 발음하기가 조금 어렵지요?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 모임을 흔해 빠진 '중사모'로 하자는걸,
예의 위 경우처럼 중국을 존나게 좋아하는 모임인 '중존사모'로 하자고 했다가, 고향이 안동인
양반집 자손에게 무식한 놈 취급을 당했답니다.
요즈음은 '까도남', '차도녀' 등이 유행인 것 같군요.
까칠한 도시의 남자. 차가운 도시의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비슷한 별명을 짓곤합니다.
그 중 '이도남' - 이해할 수 없는 도시의 남자-가 최우수작으로 뽑혔답니다.
그럴듯 합니다.
뭔지 모를 모호한 태도, 대화 중에 공연한 성질머리. 의미 없는 불평 불만. 특이한 고집.
알량한 자존심. 괜한 억지. 죽끓듯하는 변덕. 술만 먹으면 엉겨 붙는 주사...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도시의 친구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허나, 이게 어느 한 친구만의 별명이겠어요?
회색빛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귀신 제 말하면 온다고 마침 '이도남'으로 부터 전화가 오네요.
오늘 일산 장날인데 막걸리 한잔 하자네요.
메추리구이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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