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노래에 그가 살아 온 역사가 보인다.

甘冥堂 2011. 4. 23. 11:13

군악대 퍼레이드 할때 보면 맨 앞의 지휘자가 손가락으로 무슨 숫자를 표시하는데 그게 18을 가르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위 18번. 그 군악대가 제일 잘 연주하는 곡이겠지요. 어떤이는 이를 '18번지'라고

하는사람이 있어 실소케 하기도 합니다.

 

 대중가요. 누구나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게 마련이지요. .

그리고 그 노래엔 반드시 자신만의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고.

노래방에서 혹은 어쩌다 부르는 노래중  좋아하는 곡을 심각(?)하게 고민하여 골라 보았습니다.

 

1.킬리만자로의 표범    기상이 너무 좋지 아니한가. 이 노래말에서 어떤 사나이의 기질을 봅니다.

한국 최초로 시와 노래가 결합된 형태의 노래라고도 하는데. 이 노랫말을 좋아 합니다.

어쩌다 노래방에서 그 긴 가사를 읊으려면 어떤 때는 숨이 막힐 정도로 빠르기도하고 노랫말의 양도

많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어떤 사연을 넣어 내 멋대로 개사도 하면서.

 

2.바보처럼 살았군요    70년대. 10.26 과 군사반란 당시 권력의 2인자였던 JP가 다 된 밥을 전두환

장군한테 한칼에 빼앗기던 날, 전두환 장군은 ~좋아졌네 좋아졌어, 몰라보게 좋아졌어 하며 기고만장할 때, 우리의 이 시대 마지막 낭만 주의자 JP는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우스게로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어느날 내 인생을 돌아 보다가 문득 이 노래가 떠 올랐습니다. 도대체 무얼하고 이제껏 살았나. 지나버린 세월이 얼마나 아깝고, 분한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후부터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맞춰 가사만 읊조려도 훌륭한 노래가 됩니다.

 

3.아리랑  이광수의 청승. 그 멋진 사나이가 쾡가리를 덩뎅덩뎅치며 아리랑을 부르면 한많은 여인네 속곳이 눈물과 오줌으로 질퍽해 집니다. 하여, 아예 이광수의 아리리오 전곡을 구해 놓고 하루 종일 듣는 날도 있습니다. 혼자 듣기가 아까워 CD로 몇장 구어 친구들에게 돌렸습니다. 후에 만나 들을만 하더냐 물으니 그 대답이 너무 심드렁 합니다. 무슨 노래가 그러냐?  우리가 늙은이냐? 대강 그런 뜻이지요.

너희가 恨이라는 걸 알아?

 

4.고향역   달려온 어머니를 얼싸안고 바라 보았네. 이 대목에서 목이 콱 메이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고향하면 떠오르는 어머니. 어머니를 그리며 이 노래를 부릅니다. 지금은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그 울컥하던 감정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러고 보니 어머니 돌아가신 날도 많은 세월이 흘렀군요.

 

5.59년 왕십리   4.19 직후 외가인 왕십리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왕십리-법정 洞 이름이 도선동이라고

기억합니다. 다음해에 5.16 구테타가 일어나고.  물론 이 노래를 부른 콧수염 난 김흥국은 이때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 친구가 어찌 59년 당시를 알고 노래를 불렀겠습니까? 당시 왕십리 밤거리는 컴컴하고 질척질척한 맨흙바닥이었었는데, 그 밤거리에 무슨 낭만이 있었다고... 그러나 내가 격동의 시절을 그곳에서 살았고, 게다가 해병대 쫄병이 불렀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6.어이   IMF 시절, 부산에서 근무할 때 못(釘)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가 이 노래를 부르면 그의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한다는 군요. 최백호의 노래,

당시는 모든게 어수선하고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게 아냐? 하며 걱정하던 위기의 시대였습니다.

노래 제목을 경상도 사람들이 누구를 부를 때 어이, 하는 것을 그대로 썼군요

친구 마누라들 앞에서 이 노래를 소개하며 열창을 하니, 눈물(?)나려 한다며 그만 부르라고 하더군요. 

다른 마누라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을 개떼같이 흘린다는데. 우리 마누라는 피식 웃어버립니다.

어이, 이 노래는 나와 인연이 별로 없는 노래인 것 같군요.

 

7.18세 순이  살구꽃이 너무 순수해. 김지미를 사랑하면서 또 다른 소녀도 사랑한 나훈아. 김지미보다는 더 어리고 더 순수한 여인이 그리웠겠지요? 시골, 때묻지 않은 농촌 소녀의 이름 순이. 누군들 그 소녀가 그립지 않겠습니까?  요새 살구꽃이 만발했습니다. 벚꽃보다는 약간 발그스레하고 도화보다는 옅은 아주 순박한 꽃 살구꽃. 이 꽃을 좋아합니다. 그 순이도 좋아 합니다. 옛날 백수로 떠돌던 시절, 순이라는 처녀를 좋아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잘 살고 있니?

 

8.아미새   아름답고 미운새 아미새 당신. 미울 땐 너를 죽이고도 싶지만. 그러나 오히려 내가 대신 죽고 싶어. 옆집 아저씨같이 생긴 현철이 얼굴에 덕지덕지 분칠을 하고 TV에 나와 부르는 노래. 그 아저씨의 떡칠한 얼굴에서 진지함이 묻어 납니다. 관광버스에서 이 노래가 빠지면 절대 안되지요? 현철을 좋아하니 그 노래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노래입니다.

 

9.고향의 푸른 잔디    꿈속에 그려 보는 머나먼 고향. 지금도 변치 않고 잘있느냐? 

조영남이 외국곡을 번안해 부른 노래. 언제나 그리운 고향. 어머니의 품속같은 아련한 고향.

아, 天職을 접은 후 고향 친구 앞에서 술 취해 이 노래를 부르며 한없이 울었었지.

 

........

좀 웃기지요? 그게 그거인, 거기서 거기같은 노래를 골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둥,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 양 떠벌려 놓았지만  쓸만한 말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오직 구라만 있을 뿐.

술 한잔 안 들어가면 절대음치에 가까운 내가 이만큼이나마 골라 낸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노래방 기기가 나오기 전에는  음악이 없어도 잘도 불렀건만, 지금은 노래방 화면이 없으면 가사도 제대로 생각이 안나는 것입니다. 핸드폰이 생긴 후 전화번호 까먹듯이 말입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하는데 노래말 또한 그러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너무 기분이 가라앉는 노래는 되도록이면 안 부르려고 합니다. 괜스레 본인뿐 아니라 듣는 사람 기분도 가라앉게 만들 필요야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절대 안 부르는 노래도 있습니다. 가는세월 이라는 노래입니다. 전에 정주영씨가 좋아 했다지만 ,

굳이 그런 노래 안 불러도 세월은 잘도 가는데 뭘. 죽도록, 죽어도,,, 이런 노랫말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편 부르고는 싶으나 못부르는 노래도 있습니다. 외국 노래입니다. 가사를 잘 모르니 감정이 제대로 전달이 되겠어요?. 하다못해 비틀즈의 yesterday도 못 부릅니다. 중국 등려군이 부른 첨밀밀이라는 노래는 거의 3년이나 배웠는데도 지금도 가사가 헷갈립니다. 어떤 자리에서는 좀 쪽 팔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