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별호(別號)를 짓는다면

甘冥堂 2011. 7. 24. 13:46

오늘은 금요일. 학당에 가는 날입니다.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같이 일을 도와준 후배가 내가 금요일이면 학당에 가는 날인줄 알고 그냥 집에 가겠다는 걸, 그냥 어떻게 가느냐. 저녁이라고 먹고 가야지하며 국밥에 소주 한잔 마시고, 서둘러 집에 돌아와 대강 씻고 옷 갈아 입고 집을 나섭니다. 시간은 벌써 오후 8시가 넘어 버렸는데. 학당에 한시간 가량이나 지각을 했습니다. 잠이 쏟아짐을 억지로 눈을 버팅이고 있으니 동학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피곤 하세요?

 

10시 반,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 이 시간이 제일 묘한 시간이 됩니다.

한잔 해? 말아?

서로 눈치만 보다가 누군가의 입에서  '그럼, 간단히... ' 말이 무슨 소용있나요. 막바로 단골 생맥주집으로 향합니다. 항상 7~8명. 정작 술을 마시는 사람은 4명뿐이고 나머지는 그냥 앉아서 웃고 떠들며 얘기꽃을 피웁니다.

 

지난달에는 우리 동학 한 명이 아름다운 雅號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현(기쁠 怡, 검을 玄) 이라는 호입니다. 한문과 서예에 관심이 깊은 우리 동학에게 선생님이 뜻 깊은 호를 지어 주었습니다.  호를 짓는데 2달 가까이 틈틈히 생각하여 그 동학에 맞는. 성격이나 앞으로의 희망등을 담아 내려 애 쓴답니다. 사실 남의 이름을 짓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너무 맘에드는 호를 받았다고 좋아합니다.

 

오늘은 다른 동학이 호를 받았습니다.

薝鵷 담원(치자나무 담, 원추리새 원)이라고 하였습니다. 장자에 나오는 글에서 따 온 것이라 합니다. 

치자나무 향기가 온 천지에 퍼지니 아름다운 전설의 새가 깃든다. 그런 뜻이라고 합니다.

동학은 자기의 꿈과 이상이 딱 들어 맞는다고 하며 무척이나 좋아 했습니다. 

 

"나에게도 꿈이 있다.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갖는 게 내 꿈이다.  모든 것으로 부터의 자유. 가능할 수야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그럴 수만 있으면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 그렇다고 속세에 있는 몸이 출가하여 스님이 될수는 없지 않느냐?" 

대강 이런 의미를 가진 호를 지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괜한 부탁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스스로 자작을 해도 될 것을, 괜히 선생님을 번거럽게 하는 게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호는 무슨 호?  주제 넘은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른 동학도 부탁을 합니다.

'나는 실크로드 한가운데 서 있는 나를 표현해 달라. 나의 꿈은 자유로운 여행이다'

 

호를 하나 짓고, 그것을 남들이 불러 준다고 꼭 바라는 대로야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남들이 나를 불러줄 때 그 불려지는 이름에서 내가 바라는 바가 상기될 수 있으니 그때마다 새로워질 수 있는게 아닌가요?

예로부터 이름 짓는 일은 중요한 일로 여겨 왔습니다. 아무나 이름을 짓나요? 또 아무 의미없이 이름을 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비록 호라 해도 마찬가지이지요.

 

아름다운 새로운 號와 같이 동학들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호에 대한 사전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별호는, 일반적으로 호라고 하면 별호(別號)를 가리킨다. 지은 사람의 개성이나 이름을 가지게 될 사람의 성품이나 직업, 취미, 특기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남이 지어주는 때도 있으나, 오늘날 대부분 자신이 직접 짓는다. 필명이나 별명도 별호로 볼 수 있다.

 

아호(雅號)는, 별호 가운데 하나로서, 우아하게 부르는 호칭이다. 성호(星湖)나 다산(茶山) 등의 아호는 지역 이름에서 취한 것이고, 의암(義庵) 또는 경재(敬齋) 등의 아호는 덕목에서 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