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사랑은 밤에
이불만 덮어주는 게 아니다
과거도 덮어주고 상처도 덮어준다
미움은 밤에
이불만 걷어 차는 게 아니다
추억도 걷어차고 연민도 걷어 찬다
마지막 한 걸음은 늘 홀로 걷는 법
아, 그래도 메울 수 없는
사랑과 미움의 간극이여.
................
구기동 이북오도청 뒤쪽, 산 속에 컨테이너를 얼기설기 엮은 집, 옻닭집.
6.25때 유격대로 활약하신 노병과 개성 시민 두분, 우리 친구들 셋
엄청 쏟아 붓는 빗속에서
바람에 몰아치는 물보라를 이리 비키고 저리 비켜 앉으며
옛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당시 개성이 폭파되던 장면, 빨지산으로 오인되어 총살 직전에서 도망친 얘기
강화도 유격대 이야기, 개성을 방문했던 얘기. 중국 연변의 얘기, 좌파들에 대한 걱정...
죽기 전,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부모님의 산소를 한번 보았으면..
순간의 목 메임을 나는 들었네.
낼모래 80을 바라보는 노병의 입에서, 또 개성을 고향으로 둔 실향민들의 얘기에서
돌이킬 수 없는 조국의 비극을 본다.
돌아오는 길.
3호선 지하철 유리벽에 써 있는 글을 읽으며
이것이 사랑하던 사람들의 얘기인지
남과 북의 얘기인지.. 뒤엉켜 버린다.
사랑과 미움의 간극은
우리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메꿀 수 없는 질곡인가?.
사랑의 힘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그 미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 그러한 미움도 있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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