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별 연습

甘冥堂 2011. 6. 18. 16:20

會者定離라고 합니다.

인생길,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길에서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게 뭐 그리 대수겠소마는

그러나 그 눈에 어리는 눈물까지 어찌 별 것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몇년간을 같이 공부하던 同學이 일본으로 떠난다하여 그야 말로 그 동학으로서는 마지막 수업이 되는

날입니다. 공부를 끝내고 석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칠판에 판서합니다.

 

   九月九日 憶山東兄弟

   (중양절에 산동의 형제를 생각하며)

 

獨在異鄕爲異客

홀로 타향에 있어 나그네 되니

每逢佳節倍思親

매번 맞는 명절에 가족생각 배가되니

遙知兄弟登高處

멀리서도 알 수 있네. 형제들 높은 곳에 올라

遍揷茱萸少一人

두루 수유 꽂고 즐기는데 한 사람이 적다는 것을.

 

이글은 중국 盛唐때 산수시인 王維가 그의 나이 17세 때 지은 시라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정도의 詩作은 과연 천재라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이 글을 소개한 뜻이 과연 적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혼자 이국에 가 있어야 할 동학의 마음을 헤아린 것입니다.

이어서

 

     詠懷

    (마음속 생각을 읊다.)

 

各處營爲生

각자의 곳에서 삶을 영위하며

求學握兩手

학문을 구하고자 양손 잡았네.

非賢又非俊

현명하지도 뛰어나지도 않거늘

堅志越凡士

굳건한 뜻 평범한 인사를 뛰어넘었네.

進步積喜悅

나아감이 있으니 기쁨이 쌓이고

酒盆溢通快

술동이에는 통쾌함이 넘치네.

忽遇元妹去

홀연히 만난 원 누이 떠나니

茫然對九指

망연히 아홉 손가락 마주하네.

 

학당 선생님이 동학을 떠나 보내면서 自作하여 읊은 글입니다.

10명이 어울리다가 한사람 떠나 아홉이 되니 너무 아쉽습니다.

순간 숙연함이 감돌고, 떠나는 동학의 숨죽인 흐느낌이 들립니다.

 

한잔의 이별주가 없을 수 없지요?

깊은 포옹을 끝으로.

그렇게 헤어지고 말았답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엽서/이외수  (0) 2011.07.07
6살 어린이 눈에 비친 6.25  (0) 2011.06.25
사라져버리는 것들  (0) 2011.06.15
임재범이라는 사나이  (0) 2011.05.30
신선하기만 한 고등학교 운동회  (0) 201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