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한지가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 일요일 또 다시 비가 내립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어제, 잠깐 날이들어 밭에 소독약 치고 제초제 뿌리고 하면서, 제발 며칠만이라도 비가 오지 말았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 인간이 어쩌겠어요?
이런 날은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책을 들어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PC를 열어봐도 별스런 흥미거리도 없고..
저녁 무렵이 되니 왠지 매운 게 먹고 싶어 집니다.
감자전에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기도 하고, 매운 닭발에 소주 한잔 생각도 납니다.
아니지, 이런 날은 낚지 볶음 맵게 해서 소주 한잔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궁리 끝에 마누라에게 말해 봅니다.
뭐가 그리 먹고 싶은 게 많아요?. 먹는것만 아는지 원... 핀잔을 듣습니다.
아냐, 그러지 말고 고추장 매운탕이 더 좋겠네...이랬다 저랬다 합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며늘애가 매운 닭발을 무조건 배달시킵니다.
닭발에 소주 한잔 걸치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납니다.
지난날 젊은시절, 사업에 실패하여 마누라 결혼 예물까지 다 팔아 먹고, 그리고도 술이 먹고 싶어 공장앞 대포집에서 닭발에 술을 마셨었지. 데리고 일을 같이 하던 동생들에게 월급도 못 주고, 할 수 있는게 저녁에 술이나 한잔 사 주는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때이니. 그땐 닭발 안주가 제일 싼 안주거리였었지.
결국에는 마지막날, 차고 다니던 시계를 맡겨 놓고 닭발에 소주마시던 생각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그때 주인 아줌마의 싸늘한 냉대, 빨리 나가주기만을 기다리는 아저씨의 눈총...
아. 그 시계를 아직도 찾지 못했지... 예물 시계인데...
구두 뒷축이 다 닳아 구두가 쓰리퍼 같이 된 것을 신고, 차비가 없어 동료에게 100원만 빌려줘..하며 다니던 시절.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것이 하나도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았었지. 지금 같았으면 어디로 도망을 가거나 무슨 사고를 치고말았을 그런 일들이 그땐 왜 그리 당당했었는지.
우리 큰아들 돐이 되어도 사람 만나기가 싫어 방안에 꼼짝 않고 누워 있던 일, 결국에는 아버지께 말씀드려 금싸라기 같은 정능골 땅을 팔아 빚가림을 하던 일. 그때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되었지...
비오는 날, 술 한잔이 별것을 다 회상시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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