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無一字無來處 - 한 글자라도 유래가 없는 것이 없다.

甘冥堂 2011. 7. 31. 11:15

북송때 시인 황정견 (黃庭堅 1045~1105). 그의 시는 형식상 성당시절의 두보를 배웠으면서도

無一字無來處 - 한 글자라도 유래가 없는 것이 없다,

또는 點鐵成金(철을 달구어 금을 만든다) 등의 주장을 내세워 독특한 풍격을 추구하였습니다.

또한 소식 문하에서 나와  蘇黃 이라 불리기도 하였으나, 스승인 소식(蘇東坡)과는 풍격이 다른 시풍을 개척하였습니다.

 

그는 용속(庸俗: 사람됨이 범상하고 속됨)함을 물리치고 시구를 정련하는데 많은 성과를 올리어 강서시파(江西詩派)를 이룩하여 북송이후의 시단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시를 한편 소개합니다.

 

            鷓鴣天(자고천)                 /               황정견(黃庭堅)

 

黃菊枝頭生曉寒 (황국지두생효한)    : 노란 국화 가지위에 새벽 한기 생겨나

人生莫放酒杯乾 (인생막방주배건)    : 인생살이에 술잔을 마르게 그냥 두지 말라

 

風前橫笛斜吹雨 (풍전횡적사취우)    : 바람 앞에 부는 피리 빗겨 날리는 비

醉裏簪花倒著冠 (취리잠화도저관)    : 취한 중에  머리에 꽃 꽂고 관모를 거꾸로 썼다

 

身健在且加餐 (신건재차가찬)           : 몸 건강하시고 식사 많이 하시라

舞裙歌板盡情歡 (무군가판진정환)    :  치마춤과 노래장단으로 흥취 다하여 즐긴다

 

黃花白髮相牽挽 (황화백발상견만)    : 노란 꽃과 백발 서로 끌어 당기니

付與時人冷眼看 (부여시인냉안간)    : 세상 사람들이 비웃는 듯 보고 있다.

 

 

새벽의 차가움에도 황국화 가지는 농염히 피어

 

인생은 몇번을 취해도 술잔을 버릴 수 없네.

 

 

 

 

바람앞에 피리를 부니 비끼어 비가 내리고

 

 

 

 

,

취한속에 잠화는 관위에 떨어져 얹히네.

 

 

 

 

신체는 건강하여, 마음껏 먹고 취하네

 

 

 

 

춤추는 치마를 입고 가판을 손에 들고

 

 

 

 

 

정으로 기뻐 다 마시네

 

 

 

 

 

 

 

 

 

황국화와 백발은 서로 빛나며 비추고

 

 

 

 

그의 옆 사람은 시린 눈으로 웃으며 보는데.

 

 

 

 

 

 

 

 

 

** 《鹧鸪天》也是曲牌名。南曲仙吕宫、北曲大石调都有。字句格律都与词牌相同。北曲用作小令,或用于套曲。南曲列为“引子”,多用于传奇剧的结尾处

중국의 소령으로, 곡패의 이름이라고는 하는데 그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영화에 '자고천'이라는 영화를 우리말로  '떠난 님 그리워라'  라고 제목하였습니다.


*  鹧鸪天 : 鷓鴣라는 새는 원래 꿩과의 새로서 날수는 없고 기어다니기가 엄청 빠른 새로서 메추리  와 비슷하나 꽁지가 18cm 쯤되는 새라고 합니다.. 이 자고새와 이 노래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  簪花 : 경사스런 날 어른이 머리에 꽂는 모조 꽃

 

 

........ 

옮긴이에 따라  분위기가 엄청 달라 집니다. 누구의 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 중요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저러 끄적거리면서, 어떤 글은 누구의 글을 그대로 베끼기도 하고 (물론 출처를 밝히지만), 어떤 글은 자구수정을 하여 짐짓 자기가 쓴 것인 양 가장하기도 하고, 전체를 어느 글에 섞어 그의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해 내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찝찔하게 남는 것이, 이것이 과연 표절이 아닌가? 혹은 베끼기가 아닌가? 하는 가책입니다.

'모방이라는 것은 인류의 본질과 같은 것이다. 어려서부터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는데 이 모두가 모방이다. 이 과정을 비웃을 이 그 누구인가?' 하고 당당히 우기기에도 자못 쑥스럽기도 합니다.

 

오늘, 황정견의 말을 빌려 다소의 위안을 얻습니다. 無一字無來處  - 한 글자라도 유래가 없는 것이 없다.

너무 我田引水격은 아닐런지... 生而知之라고 누구는 태어날때부터 다 알고 태어나나?

다 배워가는 것이지 하며 우겨도 봅니다.

 

사실, 無一字無來處- 이 말은 글자 한자, 한 글자를 선택하여 쓸때 그 말의  어원 등을 깊고 세밀하게 살펴 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만.... 그냥 내 멋대로 해석해 버리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