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조부 (鵩鳥賦)
漢代 : 賈生 (이름誼)
정묘년 4월 초 여름 庚子日도 저물 무렵.
부엉이가 나의 집에 날아왔네.
방석 가장자리에 앉으니, 그 모양 무척 한가롭구나.
이상한 것이 날아드니, 난 그 까닭이 야릇하네
점복서를 훑어보니, 점대가 그 길흉을 일러주네
“들새가 방으로 들어오니, 주인이 장차 나갈 것이다”
부엉이에게 묻거늘, “나는 어디로 가겠는고?
길한 일이면 내게 알려주고, 흉한 일이면 어떤 재앙인지 말해다오.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 시기를 내게 일러다오.“
부엉이가 이를 탄식하니, 머리를 들고 날갯죽지를 펼치도다.
입으로 말을 할 수 없으니, 마음으로써 대답을 청하도다.
만물은 변화하니, 본디 쉬지 않는구나.
흐름을 반복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도, 그 흐름이 일정치 않네.
形과 氣가 계속 도니, 변화하고 진화하네.
심오하고 무궁한 이치이니,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
禍란 福이 기대고 있는 바이고, 복은 화가 숨어있는 바로다.
우환과 환희가 하나의 문에 몰려들고, 길흉이 한곳에 있도다.
저 吳나라도 강대하였거늘, 부차(夫差)는 패망하고 말았도다.
월(越)나라는 회계(會稽)에서 기거하였지만, 구천(句踐)은 세상을 제패하였도다.
이사(李斯)는 유세 끝에 성공하였으나, 결국 五刑을 당하였도다.
부열(傅說)은 죄수였지만, 무정(武丁)의 相이 되었도다.
화를 입었으나 복이 함께하는 것은, 꼬아진 새끼줄과 어떻게 다른가?
운명이란 말로 할 수 없으니, 누가 그 끝은 알겠는가?
물은 격해지면 사납고, 화살이 격해지면 멀리 날아가도다.
만물은 회전하고 충돌하며, 서로 엇섞이며 도는구나.
구름이 피어올라 비를 내리니, 서로 얽히도록 복잡하도다.
조화옹(造化翁)이 물건을 만들듯이, 끝없이 끝을 볼 수 없다네.
천하는 예측할 수 있으나, 道란 미리 꾸밀 수 없도다.
수명은 길고 짧음이 있으나, 어찌 그때를 알 수 있으리오?
그리고 천지가 화로(火爐)라면, 조화옹은 道具로다.
음과 양의 조화가 숯이라면, 만물은 거기서 나온 銅이라네
사물이 생성과 소멸하는 데에, 어찌 불변의 법칙이 있겠는가.
이 땅의 변화무쌍함에는, 본래 궁극의 한계란 없는 것이라네.
홀연히 사람이 되었으므로, 어찌 삶에 대해서 연연할 필요가 있는가.
다시 변하여 다른 사물이 되더라도, 또 무엇을 애써 걱정하리 !
지혜롭지 못한 자는 이기적이고, 남을 천시하는 자는 독선적이다.
통달한 사람은 넓게 보고, 만물에 차별을 두지 않도다.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로 인해서 죽고, 烈士는 명예를 위해서 죽는 법.
권세를 과시하는 자는 권세에 죽고,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린다네.
궁색한 자들은 名利에 얽매여, 이리저리 분주하도다.
대인은 결코 의지가 흔들리지 않아, 만물의 변화를 한결같이 보건만
어리석은 인간은 세속에 묶이어, 죄인인 양 자기를 속박하도다.
후덕한 자는 현실에 초연하고, 오직 도와 더불어 살아간다.
뭇 사람들 미혹에 빠져, 애증이 가슴에 가득하도다.
진실한자는 담백하여, 오직 도와 더불어 안주하도다.
지혜를 따르지 않고 형체를 초탈함이여, 초연히 자아를 망각하도다.
공허하고 황홀한 경지여, 道와 더불어 영생하리니
물결 따라서 흘러가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머무르면 그만인 것을.
육신은 운명에 따라 내맡기어,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지 말지니
삶은 물위에 뜬 것과 같고, 죽음이란 오랜 휴식과 같은 것.
심연의 잔잔함과 같이 담담하고, 매이지 않은 배처럼 살 일이다.
살아도 생명에 집착치 말고, 빈 마음을 가지고 살지어다.
덕이 있는 자는 마음에 거리낌이 없고, 천명에 따라 근심이 없나니.
하찮은 가시덤불이야, 어찌 걱정거리가 될쏘냐 !
가생이 장사왕의 태부가 된지 3년쯤 되자, 부엉이가 가생의 집에 날아 들어와서, 방석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초나라 사람들은 부엉이를 복(鵩)이라고 불렀으며 불길한 새로 여겼다. 가생은 폄적되어 장사에 살았는데, 장사는 저습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이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하였고, 그것을 애석하게 여겼으므로, 이에 賦를 지어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고 한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도 복조부를 읽으니 삷과 죽음을 동일시 하고, 인생의 성패를 개의치 않음(同死生,輕去就)을 보게 되어, 이전에 가졌던 나의 생각을 흔쾌히 버리게 되었다고 썼다.(史記 굴원가생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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