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白髮三千丈 - 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는가?

甘冥堂 2011. 9. 21. 21:20

秋浦歌 17首 中

 

         15首            이백

 

흰 머리카락 3천 길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구나

아지 못해라, 밝은 거울 속에

어디서 가을 서리를 얻었는가?

 

白髮三千丈 綠愁似個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白髮三千丈(백발삼천장)은  아래의 望廬山爆布詩의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과 함께 중국 과장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실제로 3천장이나 3천척은 엄청나지만 과장해서 이렇게 표현하니 황당한 감도 든다. 중국인들의 과장된 구라가 과연 대단하다. 더구나 이태백이 이러했으니 오죽하랴.

 

望廬山瀑布[二首, 其二]

日照香爐生紫煙   일조향로생자연   향로봉에 햇살 비쳐 붉은 안개 피어나는데

遙看瀑布掛前川   요간폭포괘전천   멀리 폭포 바라보니 냇물이 걸려 있네

飛流直下三千尺   비류직하삼천척   곧바로 3천 척 아래로 나는 듯이 떨어니지

疑是銀河落九天   의시은하낙구천   9만 리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졌나 생각되네

 

 

白髮三千丈

이 시는 이백의 시에서도 너무나 유명하여 그의 추포시 17수를 대표하여 이 시만 인용하므로, 대체로 이 시만을 이백의 추포가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중국명시감상.위즈 온)

綠愁(연수):근심으로 인해서, 似個(사개):이것과 같이.  秋霜(추상):가을 서리. 백발의 상징

 

 

며칠전, 가산동 봉사실에서 2년 가까이 봉사를 같이 하던 박선생. 강여사를 만났다.

나의 긴 머리와 흰 수염을 보곤 깜짝 놀란다. 무슨 도사 같다고 놀리기도 하고.

 

날씨가 별안간 서늘해져 저녁에는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이다.

문득 거울을 보니 검게 탄 주름진 얼굴, 쳐진 볼, 안경 쓴 침침한 눈, 좌우 관자놀이에 번지는 검버섯.

검은 털을 헤여보기 어려운 제 멋대로 난 수염. 뒤로 묶은 긴 머리.

도무지 푸를 靑자는 눈을 씻고 찾아 보려 해도 찾을 길 없다.

 

나의 젊은 날은 어디로 갔는가?

아니, 젊었던 날이 있기는 있었는가?

 

4살 짜리 손주가 내 등에 올라 타고 밖을 내다보며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읊조리듯 하는 말이 얼마나 예쁘고 기특한지.

 

나이 든다 아쉬울 것 없다.

그 나이 우리 손주가 먹고 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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