鼠鬚筆 / 蘇過
太倉失陳紅 태창실진홍 정부의 창고에선 붉게 썩은 쌀을 축내고
狡穴得餘腐 교혈득여부 교활한 쥐굴에선 나머지 썩은 고기 나와
旣興丞相歎 기흥승상탄 옛날 李斯로 하여금 탄식을 발하게 하였고
又發廷慰怒 우발정위노 장탕(張湯)으로 하여금 노발대발케 했단다.
磔肉餧餓猫 책육위아묘 그러나 쥐를 잡아 고기는 째어 주린 고양이 먹이고
分髥雜霜兎 분염잡상토 수염만을 잘라 흰 토끼털 섞어 붓을 만들었다.
揷架刀槊健 삽가도삭건 필통에 꽂아 두면 칼이나 창처럼 억세게 보이고
落紙龍蛇騖 낙지용사무 종이에 대면 용이나 뱀이 꿈틀거리듯 글씨가 쓰여진다
物理未易詰 물리미이힐 사물의 도리는 따지기 어려운 것이니
時來卽所遇 시래즉소우 만물은 때를 만나 제 구실을 하는 것이다.
穿墉何卑微 천용하비미 담을 뚫을 적엔 얼마나 비천한 것이었던가?
託此得佳譽 탁차득가예 그러나 어떤 이는 이를 빌어 훌륭한 명성을 얻기도 했다.
鼠鬚筆이란 쥐 수염으로 만든 붓으로 서예가들이 진귀하게 여겨온 것으로 중국의 대 서예가 왕희지(王羲之)가 쓴 蘭亭集序도 이 붓으로 썼다 한다.
이글의 작자 소과는 북송 때 당송팔대가인 蘇軾의 아들로서 詩文을 잘했다.
旣興丞相歎 : 이사(李斯)는 진시황을 도운 法家로서. 그가 변소에서 보니 그 변소 가운데 쥐는 더러운 것을 먹으며 人糞에 가까이 하다가 자주 놀라는 것을 보았다. 뒤에 이사가 창고에 들어가 살펴보니 창고 안의 쥐는 쌓여 있는 곡식을 먹으며 큰집 아래 살고 있으되 인분의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을 보았다. 이에 이사는 탄식을 하며, 사람이 현명하고 못나고 한 것도 이 쥐나 같다. 자기가 처하여 있는 곳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又發廷慰怒 : 張湯이 어렸을 때 집을 보고 있었는데 쥐가 고기를 훔쳐갔다. 그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탕을 때렸다. 탕은 쥐 굴을 파 젖히고 불로 그을은 끝에 쥐를 잡고 고기도 되찾았다. 그리고 쥐를 처형하였다. 탕은 후에 廷慰 벼슬을 하였다.
이 시는 서수필을 빌어 인생을 노래한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들 중 어떤 쥐는 그 수염만이 추리어져 서수필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비천한 쥐에게도 일대의 名筆을 만들게끔 하는 수염(서수필)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터. 사람도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재능이 활용되고 못되는 것은 대부분 그가 때를 바로 만났느냐 못 만났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이 뭔가에 의해 결정되어진 것 같지 않은가?
운명 같은 것이 있어서. 이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아니한가?
나는 뒷간의 쥐, 너는 곳간의 쥐....너는 쥐털, 나는 개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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