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쓰기를 끝내니, 마침 좋은 술이 있다고 유혹한다.
'百年 孤獨' 중국 술의 이름이다. 술의 상표 치고는 대단히 파격적이다.
기쁜 사람이 먹으면 더욱 기쁘고, 슬픈 사람이 마시면 더욱 슬퍼지고, 고독한 사람이 마시면 더욱 고독해지는 술.
'백년의 고독'.
참으로 신선하지 아니한가?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되고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된다는 태극의 이치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일단 마셔봐야 맛을 알지. 중국집에 가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백년의 고독'을 마셨다.
중국 술 고유의 특이한 맛과 향내가 코를 찌른다. 독한 술이다. 53도인가?
자연스레 이야기는 고독과 관련된 얘기일 수 밖에 없다.
孤獨.
우리 사는 게 다 외로움을 달래는 과정이지 뭐.
중국집에서의 자리를 끝내고 맥주 몇 캔을 사서, 공원으로 올라갔다.
마침 보름달이 훤하게 비춘다.
蘇子曰 ‘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소자왈 ‘객역지부수여월호? 서자여사 이미상왕야. 영허자여피 이졸막소장야.)
소식이 말하기를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소?
흘러가는 것은 강물과 같이 쉬지 않고 흐르지만 그러나 그 흐름은 다하는 일 없이 여전히 흐른다.
차고 기울어지는 것은 저 달과 같지만 끝내 아주 없어지지도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 (前적벽부)
소동파의 적벽부를 읊으며 달을 즐긴다.
술도 다하고 안주도 끝났다. 그러나,
달빛에, 아카시아 꽃 향기에, 그리고 구라에 취했다.
봄 부추는 녹용과도 안 바꾼다고 했으니 많이 드세요.
아카시아 꿀을 드세요. 지금이 제일 좋은 때 입니다. 제철에 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지고 밤 꽃이 필 때면 한강에 잉어가 올라오는데, 그때 어부에게 부탁해서 잉어 몇 마리 구하지요.
요리는 내가 하지요. 다음에 만날 것도 예약했다.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유객무주 유주무효 월백풍청 여차량야하 (後적벽부)
“손(客)이 있으면 술이 없고 술이 있으면 안주가 없구나.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한데, 이처럼 좋은 밤에 어찌 한단 말인가?”
천하의 소동파가 술과 안주를 걱정하다니. 그러나
우리에게는 잉어가 있을 것이니,
다음엔 아마 '안주는 있으나 술이 없고..'를 읊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보름달 아래 몇 시간을 담소하다 내려온다.
저 달이 꼭 일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적벽강에도 있고, 백마강에도 있지.
오늘 같은 이런 달밤에 배를 띄울 수 없음이,
헤어지면서도 못내 아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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