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소위 '나까마'가 가지고 오는 그림. 글씨 등을 사서 모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3개월마다의 보너스 때에 취미 삼아 사서 모았지요.
친구들, 친척들의 집들이에 이런 류를 표구해 선물하면 무척이나 좋아했지요.
당시에는 이런 것들이 상당히 품위(?)있는 인사치례라고 여겼습니다.
그중에서 멋진 산수화를 표구했는데 그만 이사를 자주 하다보니, 그것을 펼쳐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 본가에서 조상님들 신위를 모셔 오면서, 병풍이 필요하여 창고 속을 뒤져보니, 실로 30 여년이 넘은 병풍을 찾게 되었습니다.
곰팡이가 슬지는 않았을까, 조심 조심 펼쳐보니, 색깔은 비록 변색이 되었지만, 아직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병풍에 이런 글들이 쓰여져 있습니다.
솔직히 무슨 글자인 줄 몰랐읍니다. 그러나 이 병풍을 펴고 차례상을 모셔야 하는데, 그게 무슨 글인지도 모른다면 말이 되겠습니까?
이리 저리 찾아보고 자문도 구하고 하여 겨우 그 글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예서, 행서에서 조금만 초서 쪽으로 흘러가면 , 그만 무슨 글자인지도 모르니,..
이 글들을 해독하여 옮겨 봅니다.
昭岩선생의 서예 작품이다.
1. 詠桂(영계)-梁范雲(양범운)
南中有八樹 (남중유팔수) 남쪽에 여덟 나무 있으나
繁華無四時 (번화무사시) 번화하여 사계절이 없다
不識風霜苦 (불식풍상고) 풍상의 고통을 알지 못하니
安知零落期 (안지령락기) 영락할 시기를 어찌 알랴.
이 시는 예문유취 (藝文類聚, 당나라 구양순이 624년에 고조의 명을 받아 엮은 유서)에 나오는
양범운(梁范雲)의 ‘영계(詠桂, 계수나무를 읊음)’라는 시다.
2. 題倪雲林竹石圖 (제예운림죽석도) / 高遜志 (고손지)
卷石不盈尺 (권석불영척) 한줌 돌멩이는 한 자 높이도 채우지 못하며
孤竹未成林 (고죽미성림) 대나무 하나로는 숲을 만들 수 없다
惟有歲寒節 (유유세한절) 오직 추운 겨울이 되어야만
乃知君子心 (내지군자심) 마침내 군자의 마음을 알 것이네.
군자의 절개를 계절에 불변하는 사물에 비유한 시다.
高巽志(고손지 미상 ~ 미상)이름을 손지(巽志)로도 쓴다.
명나라 서주부(徐州府) 소현(蕭縣) 사람. 절강(浙江) 가흥(嘉興)에서 우거했고, 자는 사민(士敏).
문장이 전아(典雅)했다. 홍무(洪武) 초에 『원사(元史)』를 편찬하는 데 소집되었고, 한림편수(翰林編修)에 올랐다가 거듭 승진하여 이부시랑(吏部侍郞)이 되었다.
연왕(燕王) 주체(朱棣 의 병사가 남경(南京)으로 들어오자 안탕산(雁蕩山)으로 몸을 피해 은둔했는데, 병으로 죽었다.
저서에 색암집(嗇庵集)이 있으며. 고려 이숭인(李崇仁)의 도은집(陶隱集)에 발문(跋文)을 써주기도 했다.
정몽주(鄭夢周)와 이숭인 등 고려 말기의 학자들과도 교유했다고 한다.
3. 심호은군(尋胡隱君) – 고계(高啓)
渡水復渡水 (도수부도수) 물 건너 또 물 건너
看花還看花 (간화환간화) 꽃 보고 또 꽃 보며
春風江上路 (춘풍강상로) 봄 바람이는 강뚝길
不覺到君家 (불각도군가) 어느새 님의 집에 이르렀네.
古松惟一樹 (고송유일수) 오래 된 소나무 오직 한 그루
森竦詎成林 (삼송거성림) 우뚝 섰으니 어찌 숲을 이룰고
孤生小庭裏 (고생소정리) 작은 뜰안에 있는 고독한 인생
尙表歲寒心 (상표세한심) 오히려 세한의 마음을 드러내네
고계의 연작시 6편 중 제1, 4편이다.
고계(高啓 1336 ~ 1374) 중국의 원말(元末)·명초(明初)의 시인. 자(字)는 계적(季迪), 호는 사헌(槎軒). 지금의 강소성(江蘇城) 소주시(蘇州市)인
장주(長洲) 출신. 원말에는 오송강(吳松江) 가의 청구(靑丘)에 은거하며 청구자(靑丘子)라고 스스로 불렀다.
성격이 소탈하여 예법에 구애되지 않았다.
작품 중 풍자시를 지어 명태조의 미움을 샀다가 후에 위관(魏觀)에게 상량문(上梁文)을 써주었던 일로 해서 저자거리에서 요참(腰斬) 형에
처해졌다. 그때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5. 취면(醉眠)
山靜似太古 (산정사태고)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 (일장여소년)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餘花猶可醉 (여화유가취) 남은 꽃에 그래도 취할 만 하니
好鳥不妨眠 (호조불방면) 예쁜 새야 단잠을 방해하지 마라.
1,2 구: 소년에겐 젊음이 있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으므로 남은 시간에 있어서는 부자보다 낫다.
해가 길어지면 대낮에서부터 황혼까지는 한참 여유가 있다.
소년에게 아직 살아갈 날이 많듯이…….
3, 4 구: 일상 생활에서 잊고 지내던 하늘과 땅, 이 우주의 광대함을 어느 날 문득 조용히 사색하는 가운데 깨닫게 되고,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세월의 유장함을 한가로움 속에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 당경(唐庚, 1071∼1121)
사천성(四川省) 단릉(丹稜)사람. 자(字)는 자서(子西). 벼슬은 승의랑(承議郞)을 지냈다.
그는 자기의 시를 여러 번 고치면서 완성시켰다고 한다.
그의 시는 간결하고, 세련되며, 예리하고 힘찬 것이 특징임.
6. 贈弟穆十八(증위목십팔)-王維(왕유)
與君靑眼客 여군청안객 그대와 함께하면 반가운 손님
共有白雲心 공유백운심 흰구름 같은 마음 함께했지
不向東山去 부향동산거 동산으로 달려가지 못하는데
日令春草深 일령춘초심 날마다 봄 풀만 자라게 하는구나
東山: 東晉 때 安石이 은거하던 곳. 안석은 당시 재상이었던 謝安의 字다.
당대의 詩佛이라 불리우던 왕유의 시다.
여기서 靑眼이란 반가운 손님을 말한다. 이와 반대의 말로 白眼이란 말이 있다.
晉나라에 죽림칠현 중 완적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당시의 명사인 혜희가 조문하러 왔다. 그런데 혜희는 예의를 중시하는 선비였는데 완적은 흰자위로 째려보았기 때문에 언짢은 기분으로 돌아갔다. 혜희의 동생인 혜강이 이 말을 듣고 술과 거문고를 가지고 조문하러 가자 완적은 크게 기뻐하여 검은 눈동자를 보이며 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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