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정리작업을 하면서
커다란 판넬 한 개를 옮겨야 했습니다.
작은 아들과 함께 들어 옮기다가 그만
힘이 빠져 손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순간,
작은 아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아버지, 그렇게 갑자기 놓아 버리면 어떻해요?
아들 손에 피가 흐릅니다.
무거운 짐은 같이 들어 같은 순간에 내려놔야 하는데
그만 손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놓쳐버리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다시 들자.
안 돼. 아버지는 힘이 없어서 안 돼요.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의 우리 아들 나이쯤 되었을 때인가
방아간에서 도정한 쌀을
바깥마당에서 안채 마루로 쌀가마를 하나씩 어깨에 걸메고 옮기는 과정에
나도 한 몫 거든다고 옮기던 중,
그만 힘이 빠져 떨어뜨리고야 말았습니다.
도와 주시던 동네분들이 마구 웃습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아버지가 뛰어 오시더니
함께 손깍지를 끼고 옮기자 하십니다.
손깍지를 낀 위에 쌀 한 가마니를 얹으니 그 무게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때. 아버지의 손아귀의 힘이 풀리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마루에 올려 놓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힘이 그렇게 없으신 줄 처음 알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힘이 없어 쌀가마를 떨어뜨린 것도 물론 챙피했지만,
아버지의 손아귀 힘이 쇠약해진 것이
너무 서글펐습니다.
오늘 그 때 생각이 불연듯 나는 군요.
내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세월의 무상함이
오늘, 우리 아들이 느꼈을 그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마침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관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가슴이 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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