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바람은 지나가도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甘冥堂 2015. 12. 1. 09:39

바람은 지나가도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風來疎竹,          풍래소죽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죽불류성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고,

 

雁度寒潭,          안도한담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雁去而潭不留影안거이담불류영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故君子,             고군자,               그러므로 군자는

事來而心始現,   사래이심시현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事去而心隨空.   사거이심수공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입니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니, 이제 12월입니다.

세월 빠르기가 창문틈으로 백마가 달리는 것을 보는 듯하다는 말이 

쏜살 같은 세월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세월과 춥고 더운 때를 빼고나면

날 따듯하고 훈풍 부는 날이 단 며칠이나 될까요?

그래도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지요.

 

短歌인 사철가에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이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인생을 즐기라는 노래지요.

 

소동파도 읊었지요.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이 여기저기 떠 도는게 무엇 같은가?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답설니)     기러기가 눈 진흙 밟는 것 같겠지.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류지조)     진흙위에 우연히 발톱자국 나겠지만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 날아가면 동쪽서쪽 따지겠나.

 

여기에서 雪泥鴻爪(설니홍조)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 말은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지만

그보다는 꿋꿋이 길을 나서는 사람의 의지를 말한다고 합니다

 

연말이되면 괜스레 감상적이고 허무한 생각도 듭니다마는 그러나

옛분들은 이미  후세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을 미리 내다보고 위와 같은 위로와 격려의 말을 남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일이 생기면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는 채근담의 경구가

요즈음 내게 큰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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