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지나가도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風來疎竹, 풍래소죽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죽불류성 바람이 지나가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고,
雁度寒潭, 안도한담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雁去而潭不留影.안거이담불류영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故君子, 고군자, 그러므로 군자는
事來而心始現, 사래이심시현 일이 생기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事去而心隨空. 사거이심수공 일이 지나고 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
채근담에 나오는 글입니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니, 이제 12월입니다.
세월 빠르기가 창문틈으로 백마가 달리는 것을 보는 듯하다는 말이
쏜살 같은 세월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세월과 춥고 더운 때를 빼고나면
날 따듯하고 훈풍 부는 날이 단 며칠이나 될까요?
그래도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지요.
短歌인 사철가에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이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인생을 즐기라는 노래지요.
소동파도 읊었지요.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이 여기저기 떠 도는게 무엇 같은가?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답설니) 기러기가 눈 진흙 밟는 것 같겠지.
泥上偶然留指爪 (니상우연류지조) 진흙위에 우연히 발톱자국 나겠지만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 날아가면 동쪽서쪽 따지겠나.
여기에서 雪泥鴻爪(설니홍조)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 말은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지만
그보다는 꿋꿋이 길을 나서는 사람의 의지를 말한다고 합니다
연말이되면 괜스레 감상적이고 허무한 생각도 듭니다마는 그러나
옛분들은 이미 후세들이 이런 생각을 할 것을 미리 내다보고 위와 같은 위로와 격려의 말을 남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일이 생기면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진다는 채근담의 경구가
요즈음 내게 큰 위안이 됩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냇물이 졸졸졸 노래하며 흐르는 까닭 (0) | 2015.12.08 |
|---|---|
| 반값 부동산 중계 수수료 허실 (0) | 2015.12.03 |
| 握力이 약해지면 (0) | 2015.11.26 |
| 언젠가는 (0) | 2015.11.26 |
| 죽어라 하고 공부만 한다 (0) | 201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