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십 년 후

甘冥堂 2016. 5. 8. 07:50

십 년 후 자기 모습을 그려보라.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거꾸로 과거 십 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해보면,

앞으로 십년 후의 자기 모습을 대강 그려볼 수도 있겠다.


십 년 전. 2006년.

쌩쌩했었지.

마음에 그리 얽매인 것 없었고, 욕심도 없었고, 사는 게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지냈었지.


너무 골이 비는 것 같아 대학에 등록하여 틈틈히 공부도 하며,

또 동아리네 뭐네 하며 젊은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나이를 잊은 듯했지.

술 한 잔에 어설프게 將進酒를 읊조리기도 하고, 諸子百家를 들먹이기도 했었지.


이룬 것은 비록 미약했으나 뭔가는 조금 남는 건 있었어.

해외 의료봉사활동도 하며, 唐詩를 번역하여 책자로 엮기도 하고,

평소에 지껄이던 헛소리를 모아 수필집도 몇 권 냈어.


그 사이 몇 년간은 주접이 들어 머리 기르고 수염도 길러  주위 사람들을 실소케 했고,

배낭 하나 둘러매고 이곳 저곳 많이도 돌아다녔지.


그러다 보니 십 년 세월이 금방 지나가 버린 거야.

흰머리를 한숨 짓고, 얼굴에 나는 검버섯에 서글퍼하지는 않아.

그거야 뭐 나이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 그런 따위에 마음을 쓸 게 없지.

다만 무기력해지는 것 같아 그게 제일 신경쓰여.


작년만 해도 그랬어.

인도 남부여행을 떠나야지 하면서도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 거야. 생각만 할 뿐.

여행사 예약도 했다가는 취소하고. 비행기 예약도 망설망설,.그러다가 일 년이 휙 지난 거야.

이 생각만하면 제일 속상해.  내 언제부터 이렇게 '우물쭈물'이 되었나?


"내 이럴 줄 알았어."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말이 생각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했어.


그렇담 앞으로 십 년은?

며칠을 생각해 봤어.


그러다가 딱 한 글자가 생각이 난 거야. "和"

화하다. 화평하다. 화합하다. 평온하다. 모이다. 대답하다. 응하다....

불교에서의 무슨 화두 같지만

이 글자의 뜻을 온전히 마음으로 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나름 내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어. 和자를 중심으로한 십 년 후의 내 모습을.

별로 썩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머리털 듬성듬성 허연 머리, 주름지고 검버섯 뒤덮힌 피부.

그러나 얼굴 표정만큼은 부드럽고 화한, 웃음 띈 모습.

너무 지나쳐 얼간이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 그런 모습을 그려보았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1

나의 이런 뜻을 담은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름을 지었어.


和到翁

화할 화, 이를 도. 늙은이 옹. 和한 것이 지극한 경지에 이른 노인네.

그럴듯 하지 아니한가? 인자하기 이를 데 없는, 착하기 더할 이 없는 그런 늙은이란 말이지.


이걸 중국식으로 과장하면,

이를 到(dao)자를 거꾸로 쓰면 뒤집힐 倒(dao)가 되는 거야. 발음이 같으니까 그렇게들 표현한대.

'和한 것이 엄청 쏟아져 내린 늙은이' 정도의 뜻이 되는 거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화도옹이라고.ㅎ



十年後.

아마 거의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1. 김춘수 시인의 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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