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기록은 모두 역사다

甘冥堂 2016. 10. 6. 07:11

기록은 모두 역사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 82세 임대규 할아버지


그는 기록광이다.

59년 동안 주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을 깨알같이 적어 놓았다.

작은 노트에. 큼직한 달력에 그날 그날의 일을 옮겨 적었다.


아들과 딸이 준 용돈과 선물,

여행지에서 들른 식당의 명함도 차곡차곡 모았다. 혹시 나중에 배탈이 나면 연락을 하기 위해서다.

명함이 없으면 음식점 나무젓가락 포장지를 챙겼다. 그곳에 전화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기록의 힘은 대단했다. 재판의 증거자료로도 채택됐다.

'배추장사가 작업해 놓고 못가지고 간다고 했음. 시세가 없어서였음'

배추장사와의 소송에서 이 글자 몇 자가 승소를 하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1


이글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기록을 아무리 많이 하면 뭘 해. 몇 년 지나면 그 노트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리곤 집안정리, 책상정리 몇 번하면 그만 없어져 버리고 만다.

그것만이라도 차곡차곡 모아 놓았어도 굉장한 자료가 되었을 텐데....


요즘은 노트에 필기를 하지 않고 컴퓨터에 기록한다.

개인 블로그에 옮기는 것이다.

2006년 8월부터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컴푸터 기록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우선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남을 의식해서 쓴 것일런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너무 자잘한 가정사나 농장일기 등은 블로그에 올리지도 않는다.

해장국 6,000원. 휴발유 50,000원. 농약 23,000원....등 매일매일 씀씀이도 기록하기에 멋적다.

또 혼자 생각에 너무 부끄러운 것은 '비공개'로 감추어 놓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00년도00월0일 경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는 유추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이런 작업이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열심히 기록할 생각이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내가 과연 그럴 정도의 노인이 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자손들 중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불타는 도서관에서 수필집 한 권 건져 읽은 정도로 추억할지도 모르니 열심히 기록할 밖에.


  1. 중앙일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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